의약품 시장 얼마나 혼탁하길래 제약 CEO 자정 결의까지 나왔나?

당뇨병약 '포시가' 특허만료이후 리베이트 영업 치열, CSO  지급수수료 600%까지

제약기업 제조 의약품 이미지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제약업계 CEO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산업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방안 대신, 의약품 시장이 혼탁스럽다는 우려아래 윤리·준법경영을 우선하자는 결의가 나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 5일 개최한 ‘2023 한국제약바이오협회 CEO 포럼’에서는 준법·윤리경영을 다짐하는 결의문이 채택됐다.

일선 영업담당자들간의 모임에서나 나올 만한 이야기가 제약업계 CEO들의 포럼에서 제기된 것이다.

지난 4월 당뇨병약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의 특허가 만료된 이후 대다수 제약사들이 제네릭 의약품을 출시하고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을 하다 보니 의약품 시장 질서가 혼탁해졌고, 급기에 CEO 포럼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는 것이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의약품 시장질서 혼탁의 주 원인은 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 영업 판매 대행)의 과도한 경쟁 때문이다.

기존에 영업조직을 직접 운영했던 제약업계는 최근에는 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 영업 판매 대행) 활용한 경영으로 전환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CSO는 제약회사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의약품을 공급받아 의사들을 대상으로 영업 활동을 한다. 제약사 입장에서 영업 조직 운영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고, 지역별·영역별 맞춤형 영업 전문가를 통해 제네릭 의약품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직접 영업을 줄이고 CSO를 활용한 영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제약업체들이 CSO에 영업을 위탁하고 지급하는 수수료는 35%에서 65% 수준이다. CSO가 월 100만 원의 원외처방실적을 기록할 경우 제약사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최대 65만원이라는 것이다. CSO는 제약사로부터 받는 수수료의 30% 이상을 의사들에게 판매 촉진비 등 사실상 리베이트로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4월 포시가 특허 만료이후에 출시된 제네릭 의약품은 70여개사 150품목으로 집계되고 있다. 포시가 시장 규모만 연 1000억원에 달한다. 제네릭 의약품은 출시 초기에 시장을 선점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탈락해 사실상 퇴출의 길을 걷기 때문에 업체들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부 포시가 제네릭의 경우 CSO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최대 600%까지 치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CSO가 제품을 100만원어치 판매하면 수수료로 600만원을 전달하는 것이다. CSO는 제약사로부터 받은 수수료의 상당부분을 처방의사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방비 명목으로 제공하는 만큼 리베이트로 해석된다.

제약업계 CEO의 우려와 자정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 표면에도 불구하고 리베이트 등 의약품 시장 혼탁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제약바이오기업 CEO들이 윤리경영 확산을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2017년 제2차 이사회를 열어 ‘의약품 시장 투명성 강화 계획’을 의결하고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반부패 경영시스템 ISO37001 도입을 결의한 바 있다.

하지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제약업계는 자정 결의는 뒤로하고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만 나서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제약바이오업계 CEO 포럼에서 결의된 윤리·준법경영 다짐도 보여주기식의 헛된 구호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김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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