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신약 임상 2상 첫 진입…한국은 걸음마 단계

제약- AI기반 기업 협약 체결 활발, 대부분 후보물질 탐색 단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이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약물구조를 설계한 치료제에 대한 임상 2상이 최초로 시작됐다.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기업 인실리코메디슨은 자사가 개발중인 만성 폐질한 폐포성 섬유증 치료제 ‘INS018_055’에 대한 임상을 실시한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인실리코메디슨은 신약 개발에 AI를 접목하는 기법을 가진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약물 표적을 가려내고 가능한 분자를 신속히 찾아낼 수 있는 AI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인실리코메디슨측은 AI 플랫폼을 활용해 전임상 단계를 2년에서 4년까지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 기간은 약 15년이 소요되며 5000 ~ 10000여 개 중 1개만 최종 신약개발에 성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를 활용하면 신약개발 초기의 비용, 시간, 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제약기업들이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AI 전문기업과 협력해 신약개발에 나서고는 있지만, 10년 남짓한 신약개발 AI의 역사상 AI로 발굴한 후보물질이 최종 임상을 통과한 성공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인공지능이 후보물질을 발견하고 약물구조를 설계한 치료제로 임상 2상이 시작된 것은 가징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의 경우 제약기업들이 AI 기반 기업들과 활발하게 제휴를 맺고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후보물질을 탐색하는 걸음마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임상을 진행중인 해외 사례와는 격차가 상당히 떨어져 있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점차 격차를 줄이고 조만간 전임상을 마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제약업계 매출 1위인 유한양행은 국내 AI 기업인 신테카바이오 파로스아이바이오, 카나다 AI기업인 사이클리카(Cyclica)와 AI를 활용한 신약개발 연구를 하고 있다.

신테카바이오는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적용한 항암제 반응성 예측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케미버스’를 활용해 KRAS 저해 선도물질 및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사이클리카는 종합 약리학에 특화된 엔드투엔드(End-to-End) 약물발굴 플랫폼(Ligand DesignTM, Ligand Express®)을 보유하고 있다. 사이클리카의 AI 기반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은 약물타깃에 결합하는 후보물질들의 약리학적, 물리화학적 및 체내동태적 특성까지 고려해 선별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미약품은 AI 기반 신약개발 기업인 스탠다임과 신약개발 초기 연구단계에서 AI 활용에 나서는 협약을 2020년 1월 체결했다. 스탠다임은 인공지능 기반 선도 물질 최적화(AI-based lead optimization) 플랫폼인 ‘스탠다임 베스트(Standigm BEST®)’ 등 자체 개발 AI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항암, 비알콜성지방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으며 다수의 제약기업과 공동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미국 크리스탈파이와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이용한 합성치사(synthetic lethality)) 원리에 기반한 항암신약 공동 연구 및 개발 계약을 지난해 4월 체결했다. 합성치사란 2개 이상의 유전자가 변이 억제 발현돼, 그 복합적 결과로 세포사멸이 유도되는 현상이다.

크리스탈파이는 양자물리학 기반 AI를 이용한 신약 연구개발 기업이다. 2014년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양자물리학 전문가들이 설립 후 디지털 약물발견 및 개발 플랫폼을 만들었다. 글로벌 상위 10대 제약사 중 7개를 포함해, 세계 70개가 넘는 제약회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또 에이조스바이오와 지난해 9월 협약을 체결하고 인공지능 플랫폼을 활용한 합성치사 항암 신약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에이조스바이오는 신약 개발 인공지능 플랫폼 전문기업으로, AI 기술과 함께 의약화학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플랫폼(iSTAs)을 구축했다.

보령제약은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전문기업인 ‘퀀텀인텔리전스(QIC)’와 신약개발 공동연구 협약을 2020년 12월 체결했다.

보령제약은 QIC의 양자역학 기반 플랫폼을 활용해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공동연구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발굴할 계획이다. QIC는 물리화학 기반의 3D 양자 계산 알고리즘을 적용한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비소세포성 폐암과 면역질환을 타깃으로 하는 신약후보물질 도출에 성공한 바 있다.

삼진제약은 2022년 8월부터 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 △캐나다 사이클리카(Cyclica) △심플렉스 △온코빅스 △인세리브 등 4곳과 신약개발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진제약은 자사의 검토 중인 복수의 약물 타깃을 사이클리아의 AI 기반 신약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인 Ligand DesignTM, Ligand Express 기술을 적용해 개발 가능성높은 후보물질을 신속히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심플렉스의 Explainable AI(설명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 CEEK-CURE를 삼진제약이 확보한 약물 타깃에 적용하는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온코빅스와는 암·섬유화 난치성질환 적응증을 타깃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온코빅스는 독자적으로 구축한 플랫폼 기술로 최근 국내 다수의 기업들과 면역항암제, 자가면역질환, 뇌질환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삼진제약은 양자역학 계산 기술 기반 AI 기술을 활용하는 인세리브로와의 공동협약도 체결했다. 인세리브로는 후보물질의 약물친화도와 적중률을 높여주는 독자적 신약개발플랫폼 MIND를 활용해 도출된 후보물질 제안 및 최적화에 관한 역할을 맡는다.

SK케미칼은 캐나다 AI 신약개발 기업 사이클리카와 신약개발 공동연구 계약을 지난해 12월 체결했다. SK케미칼은 사이클리카가 발굴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개발과 전 세계 상업화를 담당할 예정이다.

SK케미칼은 2019년 7월부터 스탠다임과 항암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위한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9월 디어젠과 인공지능 기반 신약을 공동 연구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지난해 10월 체결했다. 디어젠은 AI를 활용해 기존 약물이 쓰일 수 있는 질환을 탐색하고 신규 약물을 발굴하는 업체다.

이에 앞서 JW중외제약은 신테카바이오와 인공지능 기반의 혁신신약 개발 협력을 위한 MOU를 2021년 11월 체결했다. 양사는 기존 공동연구 범위를 확장해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혁신신약(First-in-Class) 후보물질을 공동으로 발굴하는 연구를 진행한다.

JW중외제약은 2018년에는 신테카바이오의 약물 반응성 예측기술을 활용해 자체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의 바이오마커(생체지표)를 규명하는 연구협력 MOU를 2018년 체결한 바 있다.

중소제약사들도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가세하고 있다.

알리코제약​은 유전체 기반 AI 신약개발 기업 바스젠바이오와 AI 플랫폼을 활용한 복합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지난해 9월 맺었다. 바스젠바이오는 AI 플랫폼 ‘DEEPCT’를 활용해 새로운 복합 신약개발에 필요한 최적의 약물 조합을 발굴하고, 알리코제약은 도출된 약물 조합을 검증한 뒤 상용화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DEEPCT’는 약 16만 명의 유전체 코호트 데이터를 포함하고 자체 구축한 국내외 바이오 데이터 기반의 설명 가능한 AI다.

​팜젠사이언스​는 AI 플랫폼 기반의 신약개발 기업인 아이겐드럭과 지난해 9월 협약을 체결하고 AI를 활용해 염증성 장 질환을 포함한 자가면역질환 신약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겐드럭이 보유한 AI 신약개발 플랫폼인 약물 표적 상호작용 예측 모델(EnsDTI), 인체 내 간 독성 예측 모델(SSM), 자기 지도학습 신약개발 모델(TriCL)을 활용해 자가면역질환 유효물질 발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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