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환자 섬망 위험 높이는 뜻밖의 요인

5,622명의 중환자 대상 연구한 결과

BMI가 18.5 미만인 저체중 환자의 섬망 발생률은 정상체중(BMI 18.5-25) 환자들보다 1.5배 이상 높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저체중의 고령 환자일수록, 정상체중 고령 환자에 비해 섬망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섬망은 정신 능력에 장애가 발생해, 의식과 인지 기능이 급변하는 상태를 말한다. 현재 있는 장소나 시간을 모르고, 사람을 못 알아보거나 간단한 말의 뜻도 이해하지 못하는 등 치매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노년층에서 흔하며, 특히 중환자실 환자 3명 중 1명은 섬망을 경험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주영 교수와 고유진 강사는 대규모 중환자 집단에서 체질량지수(BMI)가 섬망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팀은 그간의 선행연구를 통해, 영양실조와 근감소증이 섬망 발생 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영양실조와 근육 소실은 염증을 일으키고 뇌 혈류 공급을 저하시키는 등 다양한 메커니즘으로 섬망과 연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영양실조와 근육량 감소를 반영하는 지표인 BMI에 주목했다. 2013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강남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50세 이상 5,622명의 환자를 저체중과 정상, 과체중 및 비만 그룹으로 세분화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2.9세였으며, 남성 비율이 60.1%로 여성(39.9%)보다 조금 더 높았다. 섬망은 총 환자의 19.0%(1,069명)에게서 발생했다.

연구 결과 BMI가 18.5 미만인 저체중 환자의 섬망 발생률은 정상체중(BMI 18.5-25) 환자들보다 1.5배 이상 높았다. 반면 과체중과 비만 상태는 섬망 발생률과 큰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오주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중환자실 환자에서 체중과 섬망 발생 간 관련성을 조사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며 “낮은 BMI를 보이는 저체중 환자들에서 섬망 발생이 높게 나타난 점은 중환자에서 체중을 관리하고 저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섬망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과체중과 비만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대이기에 일반적으로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지만, 노인층에 있어서, 특히 중환자의 경우에는 저체중 또한 위험한 문제가 될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노인학 국제 학술지인 ≪Archives of Gerontology and Geriatrics≫에 게재됐다.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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