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학협회, “BMI는 인종차별적” 폐지 주장

비만도를 측정하는 체질량지수 BMI가 인종과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신체 구성의 차이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어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가장 큰 의사 협회인 미국의학협회(AMA)가 최근 비만도를 측정하는 주요 척도인 BMI(체질량지수) 사용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BMI가 ‘인종차별’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협회는 BMI가 인종과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신체 구성의 차이를 고려하지 못해 질병 통제에 오류 가능성을 들어, 이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BMI는 19세기 이상적 백인을 기준으로 한 측정법”

BMI는 의사나 의료 전문가가 아닌, 유럽 백인 남성 표본을 바탕으로 ‘평균적인’ 남성의 키와 체중을 측정하고자 했던 벨기에의 수학자 아돌프 케틀레(Lambert Adolphe Jacques Quetelet)에 의해 19세기에 고안됐다.

미국의학협회 과학 및 공중보건 위원회(Council on Science and Public Health)는 건강을 평가하는 데 BMI 사용이 문제가 되는 이유로 BMI 분류가 전형적인 백인(Caucasian)에 기초하고 있으며 개인의 성별이나 인종(ethnicity)을 고려하지 않는 점을 들었다.

BMI는 키와 몸무게를 이용해 지방의 양을 추정하는 비만 측정법으로,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누어 계산한다. 일반적으로 수치가 20 미만이면 저체중, 20~24이면 정상체중,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본다. 인구 전반의 건강을 보다 폭넓게 측정하는 방법으로 의료계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BMI가 개인의 상대적인 체형과 지방의 분포도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계 사람들의 경우 ‘건강한’ BMI 범위에 속하더라도 당뇨병 위험은 더 높은 경향을 보인다. 또한, 흑인 여성들은 엉덩이와 다리 주변에 지방이 많은 반면, 백인 여성들은 복부 주변에 지방이 많은 경향이 있다. 복부 지방은 건강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BMI가 비슷하더라도 두 그룹의 건강상 위험은 달라질 수 있다.

“비만과 관련한 질병 통제에 BMI 오류 해석 많아”

이에 따라 미국의학협회는 BMI는 인구의 전반적인 건강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을 얻는 데에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 특히 다양한 인종과 민족 집단에 걸쳐 질병의 위험을 예측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예로, 의료계에서는 BMI가 25 이상인 사람들은 2형당뇨병에 대한 검사를 받도록 오랫동안 권고해왔다. 2형당뇨병에 대한 위험은 과체중과 비만인 사람들에게 더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를 통해 아시아계 사람들은 ‘정상’ 수준으로 간주되는 20 정도의 낮은 BMI에서도 2형당뇨병에 걸리기가 쉽다는 것이 밝혀졌다. 당뇨병의 경우에도 흑인, 히스패닉계, 아시아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2~4배 더 널리 퍼져 있고 치명적이며, 비히스패닉계 백인 신체에 기초한 일률적인 검사는 질환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학협회 위원회는 “비만과 관련한 질병에 BMI 자료 해석이 오류를 낳을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수많은 동반질환, 생활방식 문제, 성별, 인종, 의학적으로 유의한 가족력 있는 사망률 영향력, 특정 BMI 범주 내에 있었던 시간, 노화에 따른 예상 지방 축적은 특히 이환률 및 사망률 등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는데 BMI는 이 다양성 범주를 담아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BMI로 모든 범주의 비정상적인 섭식장애를 잡아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이용해 섭식장애를 가진 사람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사용할 때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허리둘레, 허리-엉덩이 비율 고려한 측정 권고”

미국의학협회는 의사들에게 BMI 사용을 없애고, 체형적 비만도를 측정할 때는 개인의 체중과 키에 더해 허리둘레와 허리-엉덩이 비율 또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으며. 장기 주변에 축적되는 내장지방, 지방, 뼈, 근육의 비율, 비정상적인 혈당 수치와 같은 유전적 요인 및 대사적 요인들 또한 측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심장, 간, 신장, 췌장을 감싸는 복부 지방(내장지방)이 건강에 더 해로운 것으로 밝혀져 있다. 내장지방은 주변 조직에 염증을 증가시키고 혈관을 좁게 만드는 유해한 화학물질을 방출해 심장병, 2형당뇨병, 뇌졸중, 고혈압 위험을 높인다.

일반적으로 내장지방에 대한 기준치는 여성의 경우 35인치 이상, 남성의 경우 40인치다. 하지만 아시아계인의 경우에는 그 수치가 여성 31.5인치, 남성 35.5인치로 낮아진다.

의사들이 BMI와 비만을 논의하는 방식은 지난 10년동안에만도 급격하게 변화했다. 2013년이 되어서야 미국의학협회는 비만을 질병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정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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