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치료법으로 뇌전증 발작 막는다

약으로 통제 안 돼 수술 불가피한 약 30% 환자에게 고무적 결과

세포치료법을 적용한 후 첫 번째 환자는 월별 발작이 95% 이상 감소했고 추적 관찰 기간 7개월이 지난 후에는 발작이 없어졌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줄기세포를 활용한 실험한 세포치료법을 시술 받은 2명의 뇌전증 환자가 1년 뒤 발작이 거의 완전히 사라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규모 임상시험이라 효과를 확신하기는 힘들지만 고무적인 결과라는 평가다. 14일~17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ISSCR) 연례회의에서 발표된 미국 생명공학회사 뉴로나 테라퓨틱스의 발표문을 토대로 영국의 가디언이 1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뇌전증은 신호를 보내는 흥분성 신경세포와 이 활동을 억제하는 억제성 신경세포 사이의 균형이 틀어지면서 발생한다. 뇌전증은 영국에서 60만 명 이상의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경우에는 2021년 기준 약 15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뇌전증 환자 중 30%가량은 약으로 발작을 통제할 수 없다. 뇌의 특정 부위에 발작이 집중되면 뇌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겨우 돌이킬 수 없는 인지적 결함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대안적 치료법 개발이 절실하다.

뉴로나 테라퓨릭스가 개발한 NRTX-1001 세포치료법은 환자의 발작이 일어나는 뇌 부위에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간 배아 줄기세포로부터 유도된 고농도의 억제 신경세포를 주입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에서 이렇게 주입된 억제 신경세포가 기존의 뇌 회로와 통합될 수 있고 발작의 지속적인 억제를 가져온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발작이 심하고 약물치료 효과가 없어 외과적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던 2명의 환자의 동의를 받아 NRTX-1001을 적용했다. 뉴욕주립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첫 번째 환자는 7년 동안 뇌전증을 앓았고 실험 전 6개월 동안 한 달에 평균 32번의 발작을 일으켰다. 오리건 보건과학대에서 치료를 받은 두 번째 환자는 9년간 발작의 병력이 있었고 세포 주입을 받기 전 6개월 동안 한 달에 약 14번의 발작을 일으켰다.

세포치료법을 적용한 후 첫 번째 환자는 월별 발작이 95% 이상 감소했고 추적 관찰 기간 7개월이 지난 후에는 발작이 없어졌다. 그 환자는 또한 인지 테스트에서 기억력 점수가 향상됐다. 두 번째 환자는 월별 발작이 90% 이상 감소했다.

연구결과를 검토한 옥스퍼드대의 피터 올리버 교수는 “억제 뉴런을 전달하는 것이 초점 뇌전증 환자 두 명의 발작 횟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초기 임상시험 결과”라면서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외과적 개입의 대안으로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뇌전증 리서치 UK’의 맥신 스마톤 CEO는 “발작이 통제되지 않는 뇌전증 환자의 30%를 위해, 우리는 새롭고 혁신적인 치료가 시급히 필요하다”면서 “줄기세포와 유전자 치료 연구와 같은 개인화된 의약품의 발전은 많은 희망을 제공하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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