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문제, 의사 개인에 초점 맞춰야 해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서 필수의료 확립 방안 논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정부와 의료계 움직임이 분주한 가운데, 이를 활성화하려면 의사 근무여건 개선을 통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더케이서울호텔에서 열린 ‘2023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의 ‘한국형 필수의료 확립방안’ 세션에서는 이같은 논의가 이뤄졌다. 필수의료 인력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며 정책의 우선순위 마련 등이 중요하다는 것. 특히 의사와 의료기관을 구분짓는 정책으로 필수의료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 근무여건 개선 필요… “정책 자발적 참여 이끌어야”

‘필수의료 지원정책의 문제점과 한국형 개선방안 모색’에 대해 발표한 세종충남대병원 중환자의학∙호흡기내과 문재영 교수는 의사들의 필수의료 종사자들의 근무여건이 향상해야 젊은 전공의들이 많이 지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하는 대안으로 의사 개인과 의료기관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를 맡을 수 있는 의사 개인의 여건 개선에 집중하지 않을 경우 지금 거론되는 여러가지 대안이 모두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의사가 느낄 수 있는 기대효과가 긍정적이지 않으면 정책 참여율은 저조할 수밖에 없다”며 “병원의 규모나 시설, 장비 경쟁에서 벗어나 전문의에게 직접적 투자를 할 수 있는 조직문화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원 정책의 초점을 기관이 아닌 의사 개인으로 옮겨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문 교수는  전공의를 무작정 늘려도 필수의료 과목에 지원하지 않으면 무의미한 점을 지적하며 “전공의를 1000명 더 늘려도 결국 필수의료 인력들의 삶이 고될 것이라 판단되면 워라밸 등 기타 조건이 유리한 과목에 지원할 것”이라며 “(의사라는 직업의) 보람과 성취도 물론 중요하지만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의사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지원정책의 문제점과 한국형 개선방안 모색’에 대해 발표한 세종충남대병원 중환자의학∙호흡기내과 문재영 교수는 필수의료 인력 근무여건 향상을 위해 의료진과 의료기관을 구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최지혜 기자]
발표에 따르면 실제 필수의료 과목을 맡은 교수는 기존 업무 외에도 당직횟수가 많다. 그뿐만 아니라 외래근무, 투석실 근무 등 전반적인 업무 범위가 넓다. 주 5일 근무를 비롯 야간 및 주말근무까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당직 급여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낮게 측정된 의료 수가 등을 이유로 의료기관에서도 필수의료 인력 충원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고 문 교수는 지적했다.

◆ 진료체계 구축 및 10대 과제의 우선순위 판단해야

정부가 필수의료 10대 과제를 제안했지만, 우선순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단기, 중기, 장기적 계획과 긴급 정도에 따른 과제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주요 과제 중 어떤 항목이 더 급하고 효과가 클지 판단해야 하는데 현재 정책은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필수의료 체계 구축을 위한 사전 환경 조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대도시가 아닌 지역이라면 적정 간호사 수, 행정체계 등  필수의료 시스템이 운영될 수 있는 조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열악한 환경 개선은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의사 충원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문제는 해결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진행된 패널토의에서도 우선순위 확보, 근무체계 개편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윤석준 교수는 “소방서가 전국 어디든 다 있는 것처럼 필수의료 영역도 전국에 균형 있게 배치해야 한다와 같이 큰 흐름을 기반으로 투자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은 “필수의료를 전공의에게만 떠맡기기 보다는 함께 나눠 맡을 수 있도록 정책이 보완돼야 한다”며 “주 3∙4일제, 당직근무 분배, 인턴 인력 활용 등을 충분히 논의해 필수의료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정재원 정책이사는 “보건복지부에서 필수의료 문제에 대해 파악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 등 재정을 담당하는 타 부처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필수의료 인력이 제대로 활용 및 보충되지 않는 상황에선 재정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사고특례법 등 과감한 정책적 수반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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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세종충남대병원 중환자의학∙호흡기내과 문재영 교수, 보건복지부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 대한의사협회 정재원 정책이사, 대한병원협회 이재학 정책이사,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고려의대 예방의학 윤석준 교수 [사진=최지혜 기자]
한편 14일 오전 국회에선 국회 보건복지부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의 주최로 ‘필수의료 살리기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신 의원을 포함한 15명 의원은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공동발의했다. 이날 발의된 필수의료법안은 필수의료 정의와 우선순위를 확립하고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발생 시 형사처벌 감경·면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16일 오전에는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객관적 근거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필수의료 인력 확대로 확실한 정책 효과가 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패키지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패키지 방향은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중심으로 인력 구조를 바꾸고 지역·필수의료를 경험할 수 있는 수련 체계 마련, 근무 여건 및 경제적 보상 등이 포함된다.

[관련기사=필수의료 살리려면?…진료과 중심 의료체계 개편해야(https://kormedi.com/1596663/)]

    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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