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살리려면?… 진료과 중심 의료체계 개편해야

국회서 '필수의료법' 발의... 국민의 권리로 격상

국회에서 필수의료에 대한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의료계에선 이를 기존의 의료체계를 재고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모든 국민은 성별·나이·민족·종교·사회적 신분·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동등하게 필수의료를 제공받을 권리를 가진다.” –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제3조

국회에서 필수의료에 대한 국민의 권리와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의료계에선 이를 기존의 의료체계를 재고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4일 국회에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의 주최로 ‘필수의료 살리기 공동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신 의원을 포함한 15명의 의원은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공동발의했다.

◆ ‘의사 노동력’ 저평가한 의료수가, 필수의료 인력 이탈의 근본 원인

이날 회견에 참석한 의료계 관계자들은 기존의 국내 의료체계가 지닌 난점이 필수의료 붕괴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필수의료법안 발의가 의료·보건시스템 전반의 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응급의학회 김현 기획이사는 “임상·의학적으론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크다”면서 “필수의료를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해선 육성 등을 위해선 법률안과 함께 구체적인 규정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김 이사는 대중적인 인식과 달리 “필수의료를 특정한 임상과에 한해 지칭할 수 없다”면서 진료과 중심으로 짜인 의료·보건시스템을 질환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망률이 높은 급성기 질환, 골든타임 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독한 질환 등 환자 사망률을 중심으로 모든 진료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앞서 대한응급의학회는 국내에서 응급환자 발생·사망률이 높은 28개 중증질환 목록을 작성해 현장에 적용한 바 있다.

[관련기사=‘필수의료’는 없다..생명 살리려 먼저 할 일은?(https://kormedi.com/1416536/) · 의료사고 특례법·응급체계 개편… 필수의료 체질 개선 나선 정부(https://kormedi.com/1563921/)]

14일 오전 국회에서 개최된 ‘필수의료 살리기 공동 기자회견’ 모습. 왼쪽에서 1, 2번째가 △대한응급의학회 김현 기획이사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사진=뉴스1]
특히 그는 의사의 노동력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고 있는 현행 행위별 의료수가 제도의 문제점을 최근 필수의료 붕괴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했다.

김 이사는 “최근 필수의료와 관련한 사회의 이목이 소아청소년과 등 특정 진료과에 쏠려있긴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인건비가 낮은 전공의의 근무 시간을 제한한 ‘전공의특별법’ 시행 이후 이러한 수가제도의 문제점이 도미노처럼 극대화한 사태”라고 주장했다.

지난 몇 년간 전공의 인력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응급·필수의료 관련 인력 고용이 늘어나야 했지만, 현실적으론 시술과 수술에 대한 의료수가 너무 낮게 책정된 탓에 병원 등 의료기관에선 이들 인력에 투입할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현행 제도에서 오히려 의사들이 의료수가 체계 밖(비급여 진료 등)으로 나갈 때 높은 급여와 보상을 받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응급·필수의료 현장 내 인력 이탈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 ‘필수의료를 국민의 권리로’… 국회서 필수의료법안 발의

한편, 이날 국회에서 발의된 필수의료법안은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필수의료를 제공받을 권리를 규정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3년마다 필수의료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지역·진료과별로 행정과 행정을 지원하도록 국가 책임도 강화했다. 동시에 ‘필수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설치해 국가적으로 필수의료의 정의와 구체적인 우선순위를 확립하도록 했다.

법안에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진의 형사처벌을 감경·면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대신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지원 책임을 제도화해 피해 보상도 강화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는 앞서 발의된 관련 법안에 대한 의료계와 일반 여론 사이의 시각차가 큰 상황을 일부 중재해 반영한 내용이다.

신 의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민들 사이에서 보건의료 개선과 응급·필수의료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이제는 정치와 정부가 응답해야 할 때”라면서 “정부의 부실한 대응과 정치권의 무관심 탓에 최근 대한민국의 필수의료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기사=서울의 반토막…韓 필수의료 ‘최대 위기’ 지역은?(https://kormedi.com/1586789/) · 병원 찾다 사망… “응급실 뺑뺑이 25년째 되풀이”(https://kormedi.com/1584132/)]

14일 오전 국회에서 개최된 ‘필수의료 살리기 공동 기자회견’ 모습. 왼쪽부터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 △대한응급의학회 김현 기획이사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장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손문성 직선제 부회장. [사진=최지현 기자]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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