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찌면 병원 가라고? … 비만 치료, 5년 새 2배 늘어난 이유

"만성질환 원인으로 심각성 인식해야"

지난 5년 동안 국내 비만 치료 환자는 2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 동안 체중이 급격하게 불어난 일명 ‘확찐자’가 급증한 탓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0대 중반인 A 씨는 지난 3년 동안 체중이 20kg이나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활동량은 크게 준 데다 배달 야식 습관까지 생긴 영향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활동량이 줄어들며 급격하게 살이 찐 이른바 ‘확찐자’인 것이다.

지난해 말 건강검진에서 A 씨의 체질량지수(BMI)는 고도비만 2단계 경계에 있는 30kg/㎡로 측정됐고 고혈압, 고혈당,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지방간까지 진단받았다. 이에 헬스클럽을 결제해 운동과 식단관리에 들어가 9kg을 감량했다.

하지만, 이내 바빠진 업무로 관리에 소홀해지자 금방 원래 체중으로 돌아왔다. 결국 A 씨는 최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의 비만클리닉에서 진료를 받으며 체계적으로 비만과 만성질환 관리·치료를 받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국내 비만 치료 환자가 2배 이상 증가했다. 2017년 1만 4966명에서 2021년 3만 170명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 중 비만으로 입원한 환자의 비중도 병원 진료 환자의 5%까지 차지하게 됐다.

중앙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비만클리닉 이혜준 교수는 “다이어트를 위해 병원에까지 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 되는 대사증후군 질환으로 이어진다”면서 “여러 치명적인 합병증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 진료를 통해 체계적인 비만 치료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만은 일반적인 만성질환인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뿐만 아니라 협심증, 심근경색을 비롯한 관상동맥질환과 심부전,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으로도 이어져 사망 위험도를 높인다. 비만한 사람은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허혈성 뇌졸중의 위험이 64% 더 높다는 보고도 있다.

비만 환자에서 당뇨병은 5~13배, 이상지질혈증은 2배, 고혈압은 남녀가 각각 2.5배, 4배나 더 높게 나타난다. 이밖에도 위장관계질환, 통풍, 각종 비뇨생식기계질환, 비알코올성지방간, 위식도역류질환, 천식 발생 위험도 진다. 체질량지수가 증가하면서 관절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힘이 늘어나 무릎 등의 골관절염도 더 자주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이혜준 교수는 비만이 유방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의 암질환 발병 가능성도 높인다고도 지적한다. 최근 연구에서 25년간 암질환 사망자를 추적한 결과 남성 암 사망자의 14%, 여성 암 사망자의 20%가 비만 환자였다.

이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 역시 체질량지수가 높을수록 비만이 대장암, 간암, 담도암, 전립선암, 신장암, 갑상선유두암, 소세포폐암, 비호치킨림프종·흑색종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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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비만클리닉 이혜준 교수가 진료하는 모습. [사진=중앙대병원]
◆고도비만 환자, 일반 치료 효과 3%↓… 수술도 고려해야

이런 탓에 최근 들어 비만도 병원에서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 보건 정책상 비만의 예방과 치료를 더 이상 개인의 체중 관리에만 맡길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비만으로 병원을 찾는다면 개인의 비만 정도와 동반 질환 등 건강 수준에 맞춰 개별 체중 감량 목표를 설계하고 이에 적합한 식이요법, 운동요법 등의 생활습관개선 치료(행동치료)와 약물치료, 수술치료 등을 활용한다.

따라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치료 전 건강 위험도를 평가하는 작업이다. 체질량지수와 허리둘레를 측정해 비만 정도를 평가하고 비만의 원인이 되는 각종 질환에 대한 검사를 시행한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동반 질환과 식이, 운동, 수면 등의 생활습관, 스트레스, 우울 증상 등도 조사한다.

약물치료는 필요에 따라 병행한다. 다만 체질량지수가 35kg/㎡ 이상이거나, 체질량지수 30kg/㎡ 이상이면서 비만 동반 질환을 지닌 환자가 비수술적 치료로 체중 감량에 실패한다면 건강보험 급여 적용 대상으로 수술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고도비만 환자가 수술받을 경우 사망률은 40%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당뇨병에 의한 사망률은 92%,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59%, 암 사망률은 60%가 감소한다.

비만대사수술에는 위소매절제술, 루와이위우회술, 조절형위밴드술과 담췌우회술·십이지장전환술 등이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표준 수술이다. 축소위우회술, 절제루와이위우회술, 위소매절제술-십이지장회장우회술, 위주름형성술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중앙대병원 외과 비만대사수술클리닉 김종원 교수는 “고도비만은 다양한 합병증으로 사망 위험이 높아 적극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고도비만 진단 환자는 식이요법과 약물요법 등의 치료에 조금이라도 반응하는 비율이 3% 미만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가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 적용으로 국내의 고도비만 수술 건수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지만, 여전히 전체 고도비만 환자의 수술 비중은 0.17% 수준에 불과하다. 김종원 교수 연구팀이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에서 취합한 2014~2017년까지 국내 대학병원과 전문병원의 비만대사수술 건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에 가장 많이 시행되던 조절형위밴드삽입술은 점차 감소하고 위소매절제술이 점차 증가해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다.

중앙대병원 외과 비만대사수술클리닉 김종원 교수가 수술을 집도하는 모습. [사진=중앙대병원]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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