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약 먹었더니, 술·담배도 줄어…이유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영향 추정...공식 임상 결과 아냐

비만 치료제 사용 후 음주, 흡연 욕구가 줄어들었다는 환자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Liudmila Chernetska/게티이미지뱅크]
체중 감량을 돕는 비만 치료제인 ‘오젬픽’이 다이어트 효과뿐 아니라 술·담배 중독을 억제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영국에 거주하는 셰리 퍼거슨이라는 여성은 최근 CNN뉴스를 통해 오젬픽을 통해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담배에 대한 욕구가 크게 감소했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퍼거슨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늘어난 체중 50파운드(약 23kg)를 감량하기 위해 오젬픽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여름에는 금연을 시도하기 위해 연초담배를 전자담배로 교체했는데, 전자담배 역시 중독성이 있어 금연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오젬픽을 사용한 뒤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CNN을 통해 “지난 수년간 사용해왔던 일반담배, 전자담배 모두 더 이상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정말 매우 이상하다”고 말했다.

술에 대한 욕구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영국 버킹엄셔에서 축구 경기를 볼 때마다 여러 잔의 술을 마셔왔던 셰리는 최근 한 잔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셰리만이 아니다. 오젬픽이나 이와 유사한 약물을 사용한 사람들 중 담배, 알코올 등 중독성 관련 행동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람들의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젬픽 등을 사용하는 환자들로부터 자주 이 같은 경험담을 듣고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체중·섭식장애센터 연구팀은 오젬픽, 웨고비 등 다이어트 약의 장기적인 영향을 살피는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임상참가자들이 ‘더 이상 술을 마시고 싶지 않다’거나 ‘술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는 등의 보고 사실을 확인했다.

동물실험을 통해 오젬픽 등의 주요 성분으로 쓰이는 ‘세마글루타이드’가 알코올 섭취를 줄인다는 선행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 성분이 장뿐 아니라 뇌에도 영향을 미쳐 알코올 등에 대한 관심을 줄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코올을 섭취하면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쾌락 및 보상 효과를 일으키는데, 이런 보상 효과를 줄여주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오젬픽을 사용한 이후 온라인 쇼핑, 손톱 물어뜯기 등의 중독적인 행동이 줄어들었다는 경험담 역시 보고되고 있다.

오젬픽이 인간의 중독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정식적으로 연구한 보고는 아직 없다. 하지만 노스캐롤라이나대 알코올연구센터 연구팀은 아직 임상 연구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다이어트 외 추가적인 이점을 경험했다는 임상 데이터가 이 정도로 보고된 것만으로도 전례 없는 유의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오젬픽은 지난 4월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형 당뇨병 환자 치료에 대한 사용을 승인 받았다. 국내에서는 아직 비만 치료 목적으로 사용 허가가 나지 않았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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