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연엔 ‘때’가…6번의 수술 견뎌낸 심장

[서동만의 리얼하트 #13] TGA, 시절 인연(1)

여러 번의 수술 끝에 아이는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멀리 독일로 유학을 떠나온 젊은 부부가 이국 땅에서 아기를 낳았다. 그런데 매우 복잡한 선천성 심장병을 가졌다고 했다. 대혈관 전위증 혹은 양대혈관 우심실 기시증과 어려운 심실중격 결손이라고 했다[사진1].

 

(가) 정상 심장.
(나) 대혈관 전위증 혹은 양대혈관 우심실 기시증과 동반된 심실중격 결손.

치료를 받기까지 기다림의 시간은 길기만 했다. 그렇다고 학업을 미루고 귀국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1997년, 독일이라면 무한 신뢰의 나라 아닌가? 의료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우리와는 비교 불가인 나라.

1. 드디어 생 후 4 개월(1997.12)에 튀빙겐이라는 도시에서 개심 수술(폐동맥 판막을 막아 버리고, 심방중격을 열어주고, 포츠-단락술을 추가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회복은 더디기만 했고, 상태는 오히려 점점 나빠졌다. 더 큰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된다고 했다.

2. 생후 6 개월에 대도시 뮌헨으로 옮겨 다시 개심 수술(라스텔리 술식: 심실중격을 막고, 우심실에서 폐동맥으로 조직 판막을 이용한 도관으로 길을 만들어 줌) [사진2]을 받았다.

라스텔리 술식:  우심실에서 폐동맥으로 연결된 판막을 포함한 도관(별표).

3. 다시 1 개월 후, 심실중격 결손과 삼첨판막에 대한 문제들이 남아 세 번째 개심 수술을 받았다.
길고 긴 눈물의 시간이었다.

이 후 다행히 아이는 잘 회복되어 귀국했다. 여섯 살이 되어 아이와 부모가 우리 병원을 찾아왔을 때, 두번째 수술 시 넣어주었던 조직 폐동맥 판막은 수명을 다한 상태였고, 삼첨판막 폐쇄부전이 여전하여 그로 인한 심방 부정맥도 문제였다.

4. 따라서 여섯 살에 인공 폐동맥 판막을 충분히 큰 기계식 판막으로 갈아주고 부정맥에 대한 수술(Maze 술식)을 같이 받았다.

5. 여덟 살에는 불운하게도 감염성 심내막염에 걸렸고, 그로 인해 인공 판막이 못쓰게 되어 인공 판막을 제거하는 개심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6. 열두 살에는 우심실 유출로 협착에 대한 확장(스텐트) 시술이 필요했다.

7. 대학 입학을 앞둔 열 일곱 나이에 다시 기계식 인공 폐동맥 판막 삽입을 위한 개심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아이는 이처럼 여섯 번의 개심 수술과 한 번의 시술이라는 기나 긴 투병 과정을 잘 견뎌주었고, 대학을 무난히 마친 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박수!!!

무엇이 문제였나?

심실중격을 동반한 대혈관 전위증 혹은 양대혈관 우심실 기시증의 치료에 있어서 최선의 목표는 좌심실로부터 나오는 혈류를 대동맥으로 직접 가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동맥 치환술[사진3]이 대표적인 수술 기법이다.

(가) 대혈관 전위증, 수술 전.
(나) 동맥 치환술 후

그러나 처음 독일에서 시행한 수술의 방향은, 보존해야 될 폐동맥 판막을 희생시키고, 좌심실에서 심실중격을 거쳐 대동맥으로 가는 흐름을 만들어 주면서, 인공 폐동맥 판막과 도관을 사용하는 것이었다(라스텔리 술식, 사진2).

환아의 경우[사진4]에서도 지금이라면 수술은 동맥 치환술과 심실중격 결손 봉합을 시행하는 것이 당연하다.

(가) 우심실에서 나가는 대동맥(화살표)과 폐동맥(별표).
(나) 좌심실에서 나가는 대동맥.
(다) 우심실에서 나가는 폐동맥.

그러나 세계적으로 처음 동맥 치환술이 성공한 것은 1975년이었고, 국내에서는 1986년 처음 성공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된다. 게다가 이 환자의 심장병 조합과 같이 상황이 복잡해지면, 그 구조를 온전히 이해하고 이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하여 심장 기능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내는 데에는 더 많은 경험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1999년에 이르러서야 이러한 최선의 목표를 달성한 양심실성 수술 성적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동맥 치환술은 숙달되는 데까지 여러 가지 난관들이 있는 수술 기법이기 때문이다. 1998년 무렵, 그 곳 치료 팀들은 당시의 지식과 기술 모두에서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그 때는 맞고, 지금은 아니다.
시절 인연…

 

    서동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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