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아가는 쌍둥이의 심장, 기쁨 박동도 ‘두 배’

[서동만의 리얼하트 #11]

폐동맥이 풍성하게 잘 자라주기만 한다면 팔로4징이나 심실중격 결손을 동반한 폐동맥 폐쇄증은 그렇게 어려운 상대는 아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착한 폐동맥 증례 1]

아기는 재태 기간 36 주 만에 쌍둥이 중 첫째로 태어났다. 출생 체중 2150 g으로 하위 11% 범위에 속하는 작은 아기였다. 게다가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있었다. 심실중격 결손, 폐동맥 폐쇄, 그리고 커다란 동맥관의 조합이었다(사진1-1).

[사진 1-1] 폐쇄된 폐동맥(화살표), 커다란 동맥관(화살표 머리).

둘째도 2910g으로 작았지만 심장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기에 부모는 더욱 가슴 졸이며 하루하루를 지켜보고 있었다.

주사약으로 동맥관을 유지하며 45일 동안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키우다가 3100 g이 되어 수술을 받게 되었다. 개심 수술로 인조 혈관을 이용하여 우심실과 근위부 폐동맥을 연결하여 주고 동맥관은 차단하였다. 이후 체중 증가 및 다른 장기들의 발육을 지켜보기로 하였다(사진1-2-가).

[사진 1-2] (가) 우심실과 주폐동맥을 연결한 도관(화살표). (나) 잘 자라준 왼쪽 폐동맥(화살표 머리).

생후 7개월에 왼쪽 폐동맥의 이전 동맥관 접속 부위가 좁아 수술을 다시 받았고,
생후 15개월에 인조 혈관 근위 부위가 좁아져 보완 수술을 받았다(사진1-2-나).
다행히, 생후 24개월에 폐동맥이 안정적으로 자라주어 심실중격 결손 봉합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사진1-3). 이제 폐동맥 판막의 문제만이 남았다.
드디어 세 돌이 지나면서 아이는 쌍둥이 동생의 체중을 따라잡았다.
기쁨 두 배!!

[사진 1-3] (가) 수술 전, 폐동맥 폐쇄(화살표), 커다란 동맥관(화살표 머리). (나) 수술 후, 온전한 모습의 폐동맥(화살표).

[착한 폐동맥 증례 2]

청색증이 심한 아기는 멀리 몽골에서 왔다. 생후 100일이 막 지나서.
심실중격 결손, 폐동맥 폐쇄, 그리고 실낱처럼 좁아진 동맥관과 그 주변 폐동맥의 협착(Severe juxtaductal stenosis)으로 인해 폐로 가는 혈류가 매우 적은 상태였다(사진2-가).

코로나가 한창인 와중에 입국한 지 5일만에 수술이 행해졌다. 전신 마취를 하고 수술 준비를 하는 도중 산소 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져 거의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지경이었다.
개심 수술 하에 자가 심낭을 이용하여 왼쪽 폐동맥의 크기를 키워주고, 우심실과 근위 부 폐동맥 사이에도 역시 자가 심낭을 이용한 도관으로 길을 만들어 주었다(사진2-나).

 

[사진 2] (가) 수술 전, 실낱 같은 왼쪽 폐동맥 부위(화살표).  (나) 수술 후, 온전한 모습의 왼쪽 폐동맥(화살표)과 주폐동맥(별표).
수술 직후 아기의 상태는 안정적이었고, 산소 포화도 역시 90% 이상을 보였다. 매우 긍정적인 징후였다. 이 상황에서 아기를 몽골 집으로 돌려보내기는 아쉬웠다. 완전 교정 수술까지의 기간이 길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기의 치료를 지원해주시는 성수동 교회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체류 기간을 연장하면서 세 달여의 서울 생활이 이어질 수 있었다. 두 달이 지난 시점에 추가 검사 상 심실중격 결손 봉합이 가능한 상태가 되어 두 번째 개심 수술이 이어졌다. 병원 당국으로부터 치료비가 많이 나왔다고 압박이 있었지만 수술 후 열흘 만에 아기는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 갔다. 두 돌이 되어가는 즈음에 현지 선교사님께서 아기가 뒤뚱거리며 달음질 하는 동영상을 보내주셨다.

이역만리에서 사목하시는 모든 분들께 큰 응원을!

이제 아이는 평원에서 말을 신나게 달릴 수 있을 나이까지 잘 자랄 것이다.
그러나 걱정이다. 그곳에서 아이의 주변 위생 상태를 잘 유지하여 심내막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챙겨야 하고, 꼼꼼한 추가 검사로 인공 폐동맥 판막이 필요한 시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언젠가는 적합한 인공 판막 삽입 수술도 필요할 것이다.

또 누군가의 손길이 닿기를 기원하자.

# 폐동맥이 풍성하게 잘 자라주기만 한다면 팔로4징이나 심실중격 결손을 동반한 폐동맥 폐쇄증은 그렇게 어려운 상대는 아니다. 문제들을 하나 하나 (step by step) 해결해나가면 된다.

    서동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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