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고립’ 한국인들 구한 미 부부, 한국 오다
한국관광공사 초청으로 13일부터 열흘간 한국 여행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3일 뉴욕주 버팔로에서 폭설에 갇힌 한국인 관광객 9명을 구한 알렉산더 캄파냐(Alexander Campagna)씨 부부가 한국관광공사의 초청으로 13일부터 열흘간 한국 여행을 시작했다.
이들 부부는 당시 낯선 한국인들이 자택 문을 두드리며 눈을 치울 삽을 빌려 달라고 하자 아예 2박3일 동안 자신의 집에서 대피할 수 있게 했다. 뉴욕주에서는 겨울 눈폭풍으로 1.2m가 넘는 눈이 쏟아져 3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낯선 외국인에게 사흘 동안이나 음식과 숙소를 기꺼이 제공한 부부의 미담은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캠파냐씨 부부에게 ‘버펄로 폭설 영웅’ 메달을 수여하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는 올해 2월 부부를 직접 찾아 “위기에 처한 한국인 관광객들을 구해줘 감사하다”며 방한 초청장을 전달, 이번 여행이 성사되었다. 평소 한국 요리와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캄파냐씨 부부는 이번 여행 중 한식 등 K-컬처를 체험하고 한국인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게 된다.
낯선 한국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미국인 부부의 배려, 그리고 이를 잊지 않고 한국 여행으로 고마움에 보답한다는 이야기는 한국관광 홍보영상 ‘한국은 잊지 않는다(Korea never forgets)‘로 제작될 예정이다. 캄파냐씨 부부는 물론 당시 도움을 받았던 한국인들도 영상에 출연할 예정이다.
◆ 집에 전기밥솥, 고추장까지 구비한 한식 마니아
한국 관광객 9명(여 6명, 남 3명)은 지난해 12월 23일 승합차를 타고 나이아가라 폭포로 향하던 중 뉴욕주 윌리엄즈빌에서 차가 눈 쌓인 도로의 도랑에 빠지면서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됐다. 강력한 눈 폭풍이 더 심해지자 이들은 눈에 파묻힌 승합차를 빼내려고 삽을 빌리기 위해 주변을 배회하다 한 집을 발견하고 급하게 문을 두드렸다.
집 주인 캠파냐(40-치과의사)씨는 눈 폭풍이 심상치 않자 관광객 전원을 즉시 집안으로 들어오도록 했고 폭설이 그칠 때까지 머물도록 배려했다. 부부는 낯선 9명의 식사 준비에도 신경 쓰며 아껴둔 김치와 맛술, 간장, 고추장, 참기름, 고춧가루 등을 모두 꺼내 놓았다.
한국인 중 대학생의 어머니는 이 식재료들을 이용해 제육볶음, 닭볶음탕 등 한국 음식을 만들기도 했다. 한국인들은 성탄 전야에 한국 음식으로 만찬을 즐길 수 있었다. 이틀 후 눈이 잦아들고 도로 제설 작업이 이뤄지면서 한국 관광객들은 비상 차량을 이용해 떠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