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25%가 ‘간’…세브란스, 희귀병 환자 수술 성공

간 커지는 '다낭성 간 질환' 환자서 간 이식 수술 진행

(왼쪽부터) 민은기 교수, 이재근 교수, 김옥희 씨, 김덕기 교수. 김 씨의 간 기능 최종 검사 후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우측 사진은 이 교수가 수술 당시 제거한 간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세브란스병원]
정상 간보다 10배 이상 무거운 간을 가진 환자가 최근 무사히 이식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 이재근 교수(이식외과)는 다낭성 간질환으로 12.1kg의 간을 갖게 된 환자 김옥희 씨(61, 여)에게 생체 간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건강한 성인의 간 무게는 1.2~1.8kg 정도다.

10년 전 간에 물혹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김 씨는 2020년 상태가 나빠져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김 씨의 간은 배가 튀어나올 정도로 커져 있었다. 배를 뺀 전신은 마른 상태였다.

다낭성 간질환은 체내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뭉쳐 물혹처럼 생긴 덩어리가 간 전체에 20개 이상 생기는 희귀병이다. 물혹은 계속 커지면서 간 기능을 떨어뜨린다. 증상이 심해지면 복수가 차거나 복통, 구토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초기에는 약물로 물혹 크기를 줄이거나, 물혹을 직접 터트리거나, 체액을 빼는 배액술을 시도할 수 있다. 물혹이 커져 다른 장기를 압박해 호흡 곤란이나 소화 불량 등의 증상이 동반되면 간 이식을 받아야 한다.

김 씨는 커진 물혹으로 식사를 못하고 호흡도 어려워진 상태였다. 의료진은 이식을 결정하고, 자녀들 대상으로 생체 간 이식이 가능한지 확인했다. 그 결과, 아들은 다낭성 간질환 유전자가 있어 기증이 불가능하지만 딸은 가능했다. 단, 혈액형이 달랐다.

혈액형이 다른 사람의 간을 이식 받으려면 감염내과, 진단검사의학과가 협력해 각종 예방 접종을 시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항체 분비량을 떨어뜨리면 이식 거부 반응이 낮아진다.

문제는 김 씨의 혈관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통 간 이식을 할 땐 간에 이어진 하대정맥(다리에서 올라오는 혈관)을 막고 간을 떼어내 진행한다. 혈관이 약해졌을 때 하대정맥을 막으면 혈압과 심박수가 불안정해지고 심하면 혈관이 터져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에크모(인공심폐기)를 이용해 하대정맥에서 올라오는 혈액을 심장으로 돌리는 방법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간 이식에서 에크모를 사용하는 일은 드물다. 에크모 이용 시 도관 삽입으로 혈관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 다행히 김 씨의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최근 검진에서 이식 간이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김 씨의 간 무게는 체중의 25%에 달할 정도로 커져 있었지만 수술은 11시간으로 비교적 짧았고 수혈도 200cc에 그쳤다. 지난해 일본 게이오대 의대가 간 무게 10kg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수술보다 시간은 40%, 수혈 양은 99.6% 적었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는 다낭성 간질환 수술 케이스가 적다”며 “이번 수술에서는 공여자와 혈액형이 다르고 에크모까지 사용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러 의료진이 협진하고 환자와 보호자가 믿고 따라줘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번 수술 결과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간담췌외과학회 주관 국제학술대회(HPB Surgery Week 2023)에서 발표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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