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거부권 남은 간호법… ‘의사파업’ 혼란정국 예고 [종합]

민주당 단독 표결 끝 통과... 의협 등 무기한 단식투쟁 돌입

의료계를 찬반 입장으로 양분한 간호법이 끝내 국회를 통과하며 ‘혼란정국’을 예고했다. 간호법 발효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만 남은 상황이다. [사진=뉴스1]
의료계를 찬반 입장으로 양분한 간호법이 끝내 국회를 통과하며 ‘혼란정국’을 예고했다. 간호법 발효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만 남은 상황에서 의료계 일각의 ‘의료총파업’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결국 민주당 단독표결… ‘의사면허 박탈법’도 통과

27일 오후 제405회 임시국회 제5차 본회의에 상정된 간호법 등 4건의 의료·보건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간호법 표결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퇴장한 채 진행돼 재적 300인 중 찬성 179표, 반대 0표, 기권 2표(재석 181명)로 제정이 확정됐다.

이날 본회의가 열리기 전 여야는 7시간의 협의 끝에 간호법 제정안 원안의 일부 내용을 수정한 대안으로 본회의 상정을 합의했다. 하지만 막상 본회의에서 간호법 표결이 확정되자 여당은 표결 거부 의사를 호소하기 위해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했다. 앞서 여당은 2개의 특검법(김건희·대장동 특검) 표결 당시에도 집단 퇴장한 후 복귀했다.

이날 간호법과 함께 소위 ‘의사면허 관리 강화법’ 혹은 ‘의사면허 박탈법’이라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D-15’… 尹, 두 번째 거부권 행사하나

향후 이들 법안이 제정되기 위해선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넘어야 한다. 이들 법안은 앞서 여아뿐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찬반 입장이 극심하게 갈린 탓에 윤석열 대통령은 고심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 제53조 2항에 따라 대통령은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에 이의가 있을 때 이를 15일 이내에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때 해당 법안의 국회 통과 기준을 크게 높아진다.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 경우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현재 차지한 169석만으론 사실상 의결이 쉽지 않다. 여당인 국힘은 전체 재적의원(300명)의 3분의 1(100명)이 넘는 115석을 확보한 상태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임기 첫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아왔던 양곡관리법은 결국 재의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7일 오후 간호법 표결에 앞서 토론을 진행 중인 국회 본회의 모습. 직전 간호법 상정이 확정된 직후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사진=유튜브/국회방송]
[관련기사=국회, 간호법 표결 논의 시작(kormedi.com/1586397/) · 간호법 국회 통과…민주당 단독 표결(kormedi.com/1586430/)]

실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진행한 반대토론에서 “(간호법은) 국민을 갈라치고,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주려는 의도”라며 “끝내 강행 처리하면 대통령께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드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앞서 윤 대통령 역시 “여야의 숙의 없이 의석수로 밀어붙인 법안은 100%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민주당 역시 이날 본회의 반대토론 과정에서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강하게 호소했다. 반대토론에 나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저마다 간호법 제정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는 점, 간호법 발의가 여야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 이날 본회의에 상정한 대안 역시 여야가 협의한 결과라는 점 등을 공들여 설명했다. 앞서 합의에 찬성했던 여당 의원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기도 했다.

마지막 토론 순번이었던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울먹이며 의료현장 일선의 어려움을 반영해 간호법을 마련한 그간의 과정을 상세히 전했고 이는 민주당 의원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에선 이례적으로 간호사 출신인 최연숙 의원과 국내 첫 여성 시각장애인 의원인 김예지 의원 등 2명이 간호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 ‘의료총파업’ 나서나?… 의협 등 ‘무기한 단식투쟁’ 선포

그간 간호법 제정을 반대해왔던 의료·보건직군의 의료총파업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의협 등 13개 직군 단체가 연합한 ‘보건복지의료연대’ 등은 간호법 국회 통과 시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몇 차례나 예고해놓은 상황이다.

이날 간호법 등의 국회 통과 직후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일단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밀어붙이기식 독단적 입법 행태에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한다”면서 “죽기를 각오하고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한다”고 입장문을 공개했다.

의협 박명하 비대위원장 역시 “의료인면허취소법과 간호법이 불러일으킬 파장에 대해 그간 끊임 없이 호소해왔음에도 이를 외면함에 따른 오늘의 결과와 향후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법안을 통과시킨 주체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반면, 간호법 제정을 정책적으로 추진해왔던 대한간호사협회는 ‘역사적인 일’이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성명문은 “17대, 20대, 그리고 21대 국회에서 3번째로 발의돼 무려 18년 만에 간호법이 제정됐다”면서 “매우 뜻깊고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이날 본회의 결과를 평가했다.

이어 간협은 “윤석열 대통령님께 부탁드린다. 간호법 제정 관련한 일부 갈등 세력의 주장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살펴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며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 공약 위키를 통해 약속하셨던 간호법은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과 사회적 돌봄의 공적 가치를 실현할 뿐 아니라 의료계의 공정과 상식을 지키는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간호법 ‘원안대로’ 오늘 처리?… 의료계 ‘총파업’ 압박↑ (kormedi.com/1582526/)]

27일 오후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한 이필수 의협회장. [사진=대한의사협회]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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