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농장 항생제, 인류 면역력 위협한다”

인간 혈청에 2배 이상 내성 지닌 대장균의 출현과 확산 가져와

콜리스틴 같은 항균펩티드(AMP) 계열의 항생제가 인류의 선천적 면역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크기 때문에 관련 약물 개발에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가축농장의 광범위한 항생제 사용이 인간면역 체계에 더 강한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의 출현을 초래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5일(현지시간) 《이라이프(eLife)》에 개재된 영국 중국 헝가리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1947년 일본에서 개발된 항생제 콜리스틴이 중국의 돼지 및 닭 농장에서 수십 년 동안 성장 촉진제로 사용되면서 면역 체계의 1차 방어선을 피할 가능성이 높은 대장균 균주의 출현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콜리스틴은 현재 중국과 다른 많은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긴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항생제 남용이 초래하는 위험을 분명히 각인시켜준다. 연구를 주도한 옥스퍼드대의 크레이그 맥린 교수는 “우리는 가축을 살찌우겠다며 우리의 면역 체계를 손상시켰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콜리스틴 같은 항균펩티드(AMP) 계열의 항생제가 인류의 선천적 면역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크기 때문에 가축 약물 개발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AMP는 대부분의 생명체가 감염에 대한 첫 번째 방어선인 선천 면역 반응에서 생성하는 화합물이다. 콜리스틴은 미생물이 경쟁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 화합물을 사용하는 박테리아 AMP를 기반으로 하지만 인간 면역계에서 생성되는 일부 AMP와 화학적으로 유사하다.

1980년대부터 가축에 콜리스틴을 광범위하게 사용하면서 콜리스틴 내성 유전자를 가진 대장균 박테리아가 출현하고 확산됐다. 결국 농업에서 콜리스틴 사용이 광범위하게 제한됐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유전자가 병원균이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의 초석을 형성하는 AMP를 더 쉽게 회피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연구진은 MCR-1이라는 저항성 유전자를 가진 대장균을 닭, 돼지, 사람의 선천성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AMP에 노출시켰다. 또한 박테리아의 인간 혈청에 대한 내성을 검사했다.

그 결과 MCR-1을 가진 대장균이 인간 혈청에 대해 최소 2배 이상 내성이 생긴다는 것을 발견했다. 평균적으로 MCR-1은 이 유전자가 없는 박테리아에 비해 인간 및 동물 AMP에 대한 저항성을 62% 증가시켰다. 이 연구는 또한 저항성 대장균에 감염된 나방 유충을 죽일 확률이 대조군 대장균 균주에 감염된 경우에 비해 2배나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맥린 교수는 이것이 패혈증과 사망으로 이어지는 대장균 감염 위험 등과 실제 어떻게 이어질지는 추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콜리스틴을 성장 촉진제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이후 이러한 대장균의 유병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는 이러한 유전자가 병원체에 대한 ‘적응력의 단점(fitness disadvantages)’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아직 광범위하게 고려되지 않은 근본적인 위험을 강조한다. 맥린 교수는 “박테리아가 (AMP 계열 약물)에 대한 내성을 진화시키면 우리 면역 체계의 기둥 중 하나에 내성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위험”이라고 말했다.

항생제 내성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유엔(UN)은 2050년까지 슈퍼박테리아로 인해 연간 100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새로운 항생제의 필요성이 시급해졌다. 그로 인해 약물로서 AMP의 잠재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현재 개발 중인 약물 중에는 인간 AMP를 기반으로 한 약물도 포함돼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약물의 개발을 보류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내성 발현 가능성과 잠재적 결과에 대한 매우 신중한 위험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맥린 교수는 “AMP의 경우 잠재적으로 매우 심각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모호크 밸리 보건시스템의 조지 테고스 박사는 단일 연구에서 AMP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광범위한 결론을 도출할 수는 없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합리적이고 타당한 우려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농장에서 항생제 사용 금지운동을 펼치는 ‘항생제 절약 연합(Alliance to Save Our Antibiotics)’의 코일린 누난 고문은 “이 연구는 콜리스틴 내성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유럽연합(EU)이 1년 전 항생제 사용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가 여전히 동물에 대한 예방적 대량 투약을 금지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연구 성과”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elifesciences.org/articles/84395)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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