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명예, 건강 순?…결국 왜 후회할까?

[김영훈의 참의사 찐병원] 정부 보건의료정책과 국민 건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돈을 잃으면 적게 잃은 것이오,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은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은 이 말에 공감한다. 윈스턴 처칠은 “용기를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고 말했다.

사람은 대개 건강보다는 명예를, 명예보다는 돈을 더 추구한다. 자기가 건강하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그 자신감이 맞는다면 세상의 병원들은 없어져야 하지만 병원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국정 과제에 보건·의료 관련 정책은 반드시 포함된다. 이명박 정부는 ‘건강 보험 재정을 안정시키겠습니다’(과제 42), ‘필수 의료 서비스와 관련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겠습니다’(과제 43), ‘아프기 전에 국민 건강을 미리 지켜 드리겠습니다’(과제 44)를 내걸었고, 박근혜 정부는 ‘건강의 질을 높이는 보건 복지 의료 서비스 체계 구축’을 48번째 과제로 선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고령 사회 대비,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후생활 보장’(과제 43), ‘건강 보험 보장성 강화 및 예방 중심 건강 관리 지원’(과제 44), ‘의료 공공성 확보 및 환자 중심 의료 서비스 제공’(과제 45)을 표방했다. 3개 정부에서 이 과제들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잘 추진했다고 자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4가지 과제를 내걸었다. ‘바이오 디지털 헬스 글로벌 중심 국가 도약’(과제 25), ‘100세 시대 일자리 건강 돌봄 체계 강화’(과제 45), ‘필수 의료 기반 강화 및 의료비 부담 완화’(과제 66), ‘예방적 건강 관리 강화’(과제 67)이다. 4개 정부의 과제를 보면 ‘건강 보험, 필수 의료, 예방, 고령 사회’가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디지털 헬스’가 처음으로 추가된 데서 시대 변화의 흐름도 알 수 있다.

새 정부의 과제 중에서 ‘예방적 건강 관리 강화’는 순서로 보면 첫 번째가 돼야 하지만 가장 뒷자리를 차지했다. 순서보다는 실천 의지와 과정 그리고 5년 후의 결과가 중요하다. 이 과제의 목표는 세 가지로 설정됐다.

첫째, 국민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 혁신 기술 기반의 건강 의료 서비스 확대이다.

둘째, 신체 건강뿐 아니라 마음 건강 투자를 확대해 정신질환자 및 자살 고위험군 지원 강화 및 정신 건강 문제 대응 체계 확립이다.

셋째, 국가 예방 접종 지원 및 대상 확대로 예방 가능한 전염병 대비이다. 이 중에서 세 번째는 코로나19가 종식돼 가는 상황에서도 큰 쟁점이 되고 있다. 첫 번째의 ICT 혁신 기술을 활용하는 정책은 예전부터 계속 시행했으니 새삼스러울 일은 없다.

눈길을 끄는 것은 두 번째다. 정부의 국정 과제에 ‘마음 건강’을 삽입한 정책은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구체적으로 정신질환자와 자살 고위험군이 명시된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위험 신호가 증가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좌절과 실망의 물결은 특정한 개인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 자체의 해체를 나타낸다’고 했다. 이 책은 1897년에 나왔다. 그는 무려 126년 전에 자살은 한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 자체의 해체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 통계에 따르면 자살은 전 세계 220여 개 나라에 걸쳐 있다. 가난한 나라이든 부자 나라이든, 공산 국가이든, 엄격한 이슬람 국가이든 사람들은 자살한다. 한국은 리투아니아(31.9명), 러시아(31.0명), 남미 가이아나(29.2명)의 뒤를 이어 26.9명으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2021년 통계에서도 우리나라는 부동의 4위를 차지했다. 청소년 자살이 높다고 보도되지만 실제로는 70~80대의 고령층을 제외하고 전 연령층에 골고루 나타난다.

특히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코로나 블루(Corona Blue)’를 유발했다. 2022년 2월 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코로나19 발생 전후 삶의 만족도와 사회 통합 인식의 변화》 보고서를 보면 팬데믹 2년 동안 2030 세대에서 ‘코로나 블루’가 높았다. ‘행복도’와 ‘삶의 만족도’는 낮아졌고 ‘우울감’은 높아졌다. 이는 2030 세대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세대 모두에 해당한다. 향후 수년에 걸쳐 이 현상을 해소하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새 정부는 ‘전 국민 마음 건강 투자’에 역점을 뒀다. 정신 건강 문제 조기 발견과 개입을 위해 일반 건강 검진과는 별도로 ‘정신 건강 검진’ 체계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 실행 계획을 세웠으니 환영할 일이다. 또한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에서 자립까지 전 주기적 지원을 강화하고 정신 건강 문제 극복을 위한 R&D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공언(公言)이 공언(空言)으로 끝나지 않아야 우리는 마음이 건강한 사회로 첫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자살은 어떻게 하든 줄여야 한다.

    김영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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