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에 당뇨약 ‘오젬픽’ 사용?…오남용 주의보

공급부족의약품 지정 등 품귀현상 지속...의료계 "약물 허가사항 살펴야"

덴마크 제약기업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당뇨약 오젬픽. [사진=노보 노디스크]

GLP-1 유사체 계열의 당뇨약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을 비만약으로 사용하는 오남용 사례가 늘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논평이 나왔다.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셀럽들의 체중 감량 약물로 각광을 받는 상황이지만, 치료제가 비만약으로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과 식단 조절 및 생활 습관 교정 없이는 어떠한 혜택도 없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최근 의료전문가들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비만약과 당뇨약을 투약하기 전에는 생활 방식 및 잠재적 부작용, 치료 계획 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적극 살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문가 논평을 발표한 미국 로버트우드존슨의대 가정의학과 린다 기르기스 교수는 “체중 감량을 위한 오젬픽 처방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는 불분명한 의료정보들이 처방 습관을 주도해서는 안 된다”며 “정작 치료가 필요한 당뇨병 환자들에서 처방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다른 치료 옵션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의 선호도가 아닌, 약물의 정확한 처방 정보와 상담이 전제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실제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약제들은 비만약 열풍을 등에 업고, 제품 출시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어모으며 품귀현상까지 빚었다. 주 1회 투약 기전을 가진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 외에도 동일한 작용기전을 가진 GLP-1 유사체 신약 마운자로(티제파타이드), 트루리시티(둘라글루타이드) 등이 모두 공급 부족 의약품으로 지정된 것이다.

무엇보다 오남용 문제가 불거진 오젬픽은 모든 인원을 처방 대상으로 잡지 않았다. 비만약으로 승인을 받은 위고비와 달리, 오젬픽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위고비와 오젬픽은 같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사용된 용량에는 차이가 있다. 오젬픽은 당뇨병 환자의 혈당 수치 조절용으로 위고비보다 더 낮은 용량이 쓰였다.

오젬픽의 허가사항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 30(건강 합병증이 있는 경우 27) 이상, 제2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환자에서 처방이 가능하다. 특히 제1형 당뇨병이 아니면서 당뇨병 진단 기준에 포함되는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거나 동맥경화성심혈관질환(ASCVD) 고위험군이 투약 대상이다.

기르기스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체중 감량을 위해 마법의 치료제를 찾지만 먼저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식단과 운동량을 조정하지 않는 한 어떤 약물도 효과가 없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2형 당뇨병에 1차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은 환자에게 금기사항이 없는 한 가장 선호되는 치료제”라며 “개별 환자의 특성에 맞춰 약물을 처방해야 하며 오젬픽은 당뇨약으로 메트포르민 또는 다른 경구용 약제에 실패하거나 매일 약을 복용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체중 감량을 위해서 오젬픽을 처방하는 행위는 중단해야 한다”며 “의료진은 생명이 좌우될 수 있는 당뇨병 환자들을 포함한 모든 환자들 위해 옳은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기르기스 교수의 해당 논평은 ≪’엠디엣지(MDedge)’≫ 최근호에 공개됐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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