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뚤귀뚤, 가르랑가르랑…동물 소리에 스트레스 ↓

동물매개치료, 신체·정신 건강 향상

반려동물과 교감을 하거나 단지 동물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 [사진=Liudmila Chernetska/게티이미지뱅크]
기원전 3만 년 전 흔적이 남은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 벽화를 보면 개와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등장한다. 이스라엘 북부에서는 1만2000년 된 집터에서 사람과 개의 해골이 함께 발견돼, 개가 사람과 오랜 기간 유대를 형성해왔음을 암시한다.

우리나라 벽화에도 일찍이 개가 등장한다. 고구려 벽화고분인 견우직녀도에 반려견으로 보이는 개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늑대로부터 갈라져 나온 개는 수만 년 전 인간에게 길들여지며 친숙한 동물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석기 시대에는 사냥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했고, 이후 가축화되면서 오늘날에는 동반자 혹은 동무를 의미하는 ‘반려’동물로 불리고 있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용어가 바뀐 것은 동물이 단순히 귀엽고 즐거움을 주는 존재 이상이기 때문이다. 9세기에는 벨기에 겔 지방에서 장애가 있는 환자들에게 동물을 활용한 치료 프로그램을 적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1970년 영국 요크 지방에서는 토끼와 닭을 치료에 활용했고, 1867년 독일 빌레펠트에서는 간질 환자에게 새, 고양이, 개 등을 돌보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원광대 동물매개심리치료학과 김옥진 교수는 9일 열린 대한스트레스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반려견인 차우차우종 ‘조피’와 함께 심리상담을 실시했다”며 “프로이트는 조피가 치료 세션을 진행할 때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상담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반려견이 환자 치료 시 보조치료사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반려동물과 교감을 하면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동물과 교감하면 스트레스 수치가 줄어든다”며 “동물 소리 자극만으로도 스트레스가 감소한다”고 말했다. 귀뚜라미, 여치 등 곤충 소리, 고양이가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행복 호르몬 수치가 상승하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는 줄어든다는 것.

김옥진 교수팀은 소리가 나는 곤충을 아동 치유에 적용했다. ‘소리곤충 치유 프로그램’을 3개월간 진행한 결과, 아동의 자아존중감이 26% 상승하고 또래관계는 21% 개선됐으며 스트레스는 8%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

미국 커먼웰스대 연구팀이 기말고사를 앞둔 대학생 78명 대상으로 치료견과 15분간 시간을 보내도록 한 연구에서도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학생들의 코르티솔, 알파-아밀라아제 수치 등이 감소하며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는 근거가 확인됐고 학습 능력은 향상됐다.

개와 눈을 맞추는 행동은 옥시토신 분비가 늘어나는 작용도 일으킨다. 눈맞춤, 말걸기, 쓰다듬기 등으로 ‘사랑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신체 건강과 정서적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고독감, 우울, 걱정, 공포, 공격성 등이 감소하고 스트레스 관련 지표인 심박수, 코르티솔 수치 등은 개선된다. 동물과 함께 있으면 신체활동량이 늘면서 혈압 수치가 개선되고 부정맥 등의 질환이 발생할 위험 또한 줄어든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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