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신, 우울증과 불안증 치료 판도 바꿀까?(연구)

아미노산 글리신이 수용체와 결합, 기분장애에 더 빠른 작용

글리신이 우울증 등의 기분을 낫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미노산 중 하나인 글리신의 기능이 새롭게 드러났다. 미국 플로리다대 스크립스연구소 연구팀은 글리신이 뇌에 ‘속도를 늦추라’는 신호를 줘서 우울증, 불안 그리고 다른 기분 장애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GPR158 수용체에 초점을 맞췄다. 이 수용체는 글리신과 결합하면 세포 활동을 활성화하기보다 억제한다. 연구팀은 이 수용체 이름을 mGlyR(메타보트로픽 글리신 수용체)로 바꿨다.

공동 저자인 키릴 마르템야노프 박사 연구팀은 2018년 새로운 수용체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과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쥐에게 GPR158 수용체 유전자가 없으면 만성 스트레스에 놀라운 회복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마르템야노프 박사는 “ GPR158이 치료의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2021년 연구팀이 GPR158의 구조를 풀면서 돌파구가 생겼다. 놀랍게도 GPR158 수용체는 인간 세포가 아니라, 박테리아에서 본 것과 유사하게 칸막이가 있는 미세한 클램프(clamp)처럼 생겼다. 이 구조에 딱 맞는 아미노산이 유일하게 글리신이었다.

놀라운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신호 전달 분자는 세포 내 활성화제가 아니라 억제제로 밝혀졌다. GPR158는 글리신에 결합할 때 가속기가 아닌 브레이크를 밟는 협력 분자에 연결되었다. 제1저자 티보 라부트 박사는 “일반적으로 G 단백질 결합 수용체로 알려진 GPR158과 같은 수용체는 G 단백질과 결합한다”면서 “이 수용체는 활성화의 반대 효과를 가진 RGS 단백질과 결합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세포 수용체와 이들의 신호 전달 파트너의 역할을 목록화 해왔다. GPR158 처럼 알려진 신호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희귀수용체’라고 불린다. 라부트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GPR158이 더 이상 ‘희귀수용체’가 아님을 의미한다” 말했다. 연구팀이 ‘메타보트로픽 글리신 수용체’(metabotropic glycine receptor), 즉 mGlyR로 이름을 바꾼 이유다.

이번 발견은 기분 장애에 대한 더 빨리 작용하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르템야노프 박사는 “우리의 발견은 심한 우울증의 생물학적 원인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키고 치료하기 어려운 기분 장애를 돕는 새롭고 더 빨리 작용하는 약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 환자를 위한 대부분의 약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몇 주가 걸리기 때문에 새로운 우울증 치료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각한 우울증은 세계적으로 가장 시급한 건강상 과제 중 하나이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젊은 성인들 사이에서 우울증이 급증했다. 2021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에 따르면 이로 인한 미국의 경제적 부담은 연간 3260억 달러에 이른다.

이 연구는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원제는 ‘Orphan receptor GPR158 serves as a metabotropic glycine receptor: mGlyR’.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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