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위험 3배 증가? 방치하면 위험한 ‘OOO’

노인성 뇌전증, 대부분 증상 발견 어려워

노인성 뇌전증은 발작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증상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년 3월 26일은 뇌전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퍼플 데이(Purple Day)’다. 2008년 뇌전증을 앓고 있던 캐나다의 한 소녀가 보라색 옷을 입고 뇌전증을 알리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 보라색은 뇌전증의 신경 과흥분 상태를 진정시키는 라벤더를 연상시켜 오늘날까지 뇌전증의 상징이 됐다.

◆뇌전증이란?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 이상으로 발작이 일어나는 병이다. 대뇌에서는 서로 연결된 신경세포들이 전기 자극을 주고받는데, 이러한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방출되면 발작이 일어난다. 과거에는 ‘간질’로 불렸으나 사회적 낙인과 편견이 심해 용어가 변경됐다.

뇌전증은 모든 연령에게 발생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영유아기와 노년기에 흔하고 청장년층은 상대적으로 적다. 최근에는 인구 고령화에 따라 70세 이상의 노인성 뇌전증이 많아졌다.

노인성 뇌전증의 특징은 몸을 심하게 떠는 경련성 발작보다는 비경련성 발작이 잦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발작이 아니기에 본인은 물론 가족도 증상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발작이 생기면 일시적으로 인지 기능과 기억력이 감퇴하는데,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증상이나 치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뇌전증과 치매, 어떻게 구분할까?

대한신경과학회에서 소개하는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은 기억 장애, 방향감각 상실, 언어능력 장애 등이다. 사건의 광범위한 부분을 잊어버리고, 귀띔을 해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

반면 뇌전증 발작으로 생기는 기억력 감퇴는 일시적이다. 비경련성 발작이 일어나면 한 곳을 멍하니 응시하거나 혼미한 의식상태가 반복될 수 있다. 평소 습관이나 생활과 눈에 띄게 다른 행동을 하는 것도 발작 증상이다.

뇌전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뇌파검사로 뇌전압을 측정하고 뇌파를 분석한다.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로 발작을 일으키는 구조적인 원인을 찾는 방법도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검사 결과와 함께 과거 병력, 주변인의 증상 관찰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

◆노인성 뇌전증, 방치하면 치명적

3대 신경계 질환으로 불리는 뇌졸중, 뇌전증, 치매는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다. 명지병원 신경과 이병인 교수는 “세 질환 중 하나를 방치하면 다른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뇌졸중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뇌전증 발병 위험이 10배 이상 높으며, 노인성 뇌전증 환자는 뇌졸중·치매 위험이 3배 높다. 적절한 치료와 예방으로 증상을 개선하고 진행속도를 늦춰야 한다.

뇌전증은 약물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뇌전증 환자의 70%는 약만 잘 복용해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치료를 지속해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 △발작을 일으키는 부위가 명확한 경우 △수술 이후 뇌 기능 저하의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수술도 고려할 수 있다.

사회 차원에서 뇌전증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뇌전증 환자들이 진단과 치료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편견과 낙인이다. ‘퍼플 데이’를 맞아 뇌전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편견을 버리면 많은 환자가 제때 병원을 찾고 치료받을 수 있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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