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보니 아빠만 둘? 동물실험 성공

피부세포의 XY염색체를 XX염색체로 바꿔 난자로 배양

수컷세포에서 생존 가능한 난자를 배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수컷 세포에서 난자를 생성해 생물학적 아비가 둘인 생쥐가 탄생했다.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프랜시스크릭연구소에서 열린 제3회 인간 게놈 편집 국제 서밋에서 소개된 일본 규슈대 하야시 카츠히코 교수의 발표를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실험실 배양 난자 및 정자 분야의 선구자로 꼽히는 하야시 교수는 “수컷 세포로 건강한 포유류 난모세포를 만든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이내에 남성 피부세포에서 생존 가능한 인간 난자를 만드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라며 “안전성만 입증된다면 두 남성이 아기를 가지는 것이 임상적으로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은 이러한 재생산을 지지하지만 그 수용 여부는 과학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전에도 과학자들은 전 공학을 포함한 일련의 정교한 단계를 거쳐 생물학적 아비가 둘인 생쥐를 만든 적이 있다. 그러나 수컷세포에서 생존 가능한 난자를 배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다. 하야시 교수팀은 이를 인간 세포에 적용하려고 시도 중이다. 이 기술은 한 쌍으로 이뤄지는 X염색체의 한 사본이 없거나 부분적으로 누락된 ‘터너 증후군’이 있는 여성을 포함한 심각한 형태의 불임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배양한 난자를 임상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안전성 확인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발표를 접한 과학자들은 이 기술을 인간 세포에 적용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 세포는 성숙한 난자를 생산하기 위해 훨씬 더 긴 배양 기간이 필요하며, 이는 세포가 원치 않는 유전적 변화를 일으킬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 미국 하버드대 의대학장인 조지 데일리 교수는 “인간 세포에서 실험실에서 배양한 생식세포를 만드는 것이 생쥐 세포보다 더 어렵다”고 말했다.

하야시 교수팀은 XY 염색체 조합을 가진 수컷의 피부 세포를 암컷의 XX염색체를 지닌 난자로 전환하는 일련의 복잡한 단계를 거쳤다. 수컷의 피부 세포를 줄기세포와 유사한 상태로 재프로그래밍해 ‘유도만능줄기(iPS) 세포’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이 세포의 Y염색체를 제거하고 다른 세포에서 빌린 X염색체로 대체해 두 개의 동일한 X염색체를 가진 iPS 세포를 생성했다. 하야시 교수는 “이 연구의 가장 큰 비결은 X염색체를 복제하는 것이었다”며 “X염색체를 복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해당 세포를 생쥐의 난소 내부의 조건을 복제해 설계된 난소 오가노이드(유사장기)에서 배양해 난자로 키웠다. 이렇게 만들어진 난자들을 정상 정자와 수정해 약 600개의 배아를 얻었다. 이를 대리모 쥐에 이식해 7마리의 새끼 쥐가 태어났다. 출산 성공률이 약 1%가량 되는 셈. 이는 암컷 유래 난자의 출산성공률이 약 5%인 것에 비해 많이 낮은 것이다.

새끼 쥐들은 건강해 보였고, 정상적인 수명을 누렸으며 성체가 되어 새끼를 낳았다. 하야시 교수는 “그들은 괜찮아 보이고, 정상적으로 성장했으며 새끼도 낳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하야시 교수팀은 이제 인간 세포를 사용하여 실험실에서 배양한 난자를 복제하려고 시도 중이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의 아만더 클라크 교수는 과학자들이 아직 여성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인간 난자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연구를 인간세포로 적용하게 되면 “큰 도약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인간 난자의 전구체를 만들었지만 지금까지는 성숙한 난자와 정자의 발달에 필요한 세포분열의 중요 단계인 감수분열 이전에서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클라크 교수는 “병목지점에 걸려 있는 상황”이라며 “다음 단계는 공학적 도전인데 이를 극복하는 데 10년이 걸릴 수도 있고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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