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에볼라 사태?… 적도 기니서 마르부르크병 ‘첫’ 발병

일주일간 9명 사망, 봉쇄 예고... WHO, 긴급회의 소집

지난 2021년 8월 적도 기니에서 마르부르크병 발병을 의심했을 당시 감염 의심 환자들을 격리한 시설의 모습. [사진=유튜브/로이터]
서아프리카 적도기니에서 ‘마르부르크병’이 확인됐다. 마르부르크병은 아프리카 지역을 휩쓸었던 에볼라 바이러스와 유사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WHO는 적도기니에서 급성 열성 전염병인 마르부르크병이 처음으로 발병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식 보고했다. 이는 서아프리카에서 첫 발병 사례다.

이달 7일 적도기니 동부 지역인 끼엔템주와 인근 몽고모 구역에서 감염 의심 사례가 보고된 후 현재까지 최소 9명이 사망하고 16명이 감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적도기니 보건부는 해당 지역에 보건경보를 발령하고 WHO·유엔(UN)과 협의를 거쳐 지역봉쇄 계획을 준비 중이다. WHO는 14일 오후 3시(한국시간 14일 오후 11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지난 2021년 7월 말 당시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처음으로 마르부르크병이 발병했을 것으로 의심했던 사례도 있었다. 당시 적도기니 남동부 지역 게케두에서 남성 1명이 마르부르크병 감염 의심 증상을 보였고, 일주일 만에 사망했다.

적도기니 정부는 이를 WHO에 보고했고 해당 지역에서 환자와 접촉 가능성이 있는 155명을 격리해 역학조사를 벌인 바 있다. 다만, 사망 환자의 검체를 검사한 결과 마르부르크병이 아닌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으로 판명됐다. 게케두와 인근 지역은 아프리카 에볼라 사태의 발원지로 지목되는 곳이기도 하다.

마르부르크 바이러스는 1967년 독일의 마르부르크에서 집단 발병해 처음으로 보고됐다. 감염될 경우, 고열과 심한 두통, 피로감, 출혈, 출혈을 동반한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감염 7일 이내에 심각한 출혈 증상을 보이고 사망하는 것이 특징이다. 잠복기는 5~10일 정도다.

치사율은 24%에서 최대 88%에 달해, 감염 초기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앞서 2004년 앙골라에서 창궐했을 땐 감염자 252명 중 90%가량이 숨졌다. 지난해 가나에선 3명이 감염돼 2명이 사망했다.

현재까지 백신이나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1상 임상시험을 마친 백신 후보물질과 면역·약물 요법 등을 활용한 잠재적 치료법 등이 개발되긴 했다. 현재까지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확실한 방법은 수액주사를 비롯한 수분 보충 요법, 출혈이 심한 환자에 대한 수혈 요법 등의 증상 완화 치료 정도다.

국제 보건 전문가들은 마르부르크 바이러스가 전염성이 강한 데다 치명률도 높고 종분류 역시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아 유행 상황을 주시 중이다. 다만, 이번 감염 사례에선 적도기니 정부가 신속히 초기 방역 대응에 나서 대규모 감염 사태로 번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동물은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와 같은 과일박쥐다. 과일박쥐는 과일과 꽃가루·꽃에서 나오는 꿀 등을 먹는 큰박쥐과의 아프리카 토종 박쥐다. 지역 주민들이 즐겨 먹는 식량이기도 해 아프리카 지역 전염병 사태에서 빈번하게 중간 매개 동물이 되기도 한다. 사람 사이에서는 침과 정액 등의 체액을 통해 감염된다.

마르부르크병 개요 [자료=서울아산병원]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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