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름 건 제약사 설립, ESG 경영 선구자

[오늘의 인물] 이종근 종근당 창업주

서울 충정로 종근당 사옥 집무실에서의 고촌 이종근 회장.

1993년 오늘(2월 7일) 종근당을 창업한 고촌 이종근 회장이 눈을 감았다. 종근당은 오늘 서울 충정로 본사에서 이장한 회장을 비롯한 유족과 회사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30주년 추도식을 갖는다.

고촌은 제약업계 ESG 경영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인이었다. 무엇이 옳은 일인지 고심해서 목표를 설정하면 ‘송곳은 끝부터 들어간다’는 신념으로 시작과 기초를 철저히 다졌고, 단단한 토대로 위기 때마다 기회 삼아 도약해 대한민국 제약업계의 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촌은 1919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으며 철공소 견습공, 쌀 배달원 등을 거쳐 약품 외판원으로서 자전거를 타고 전국의 약방을 돌며 행상을 하다 1941년 서울 아현동에 종근당의 모태인 ‘궁본약방(宮本藥房)’을 열었다. 1943년 조선총독부의 기업정비령에 따라 강제 폐업 당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해방 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종근당약방’으로 재개업했다.

1948년 사기꾼에게 속아 가짜약을 팔다가 경찰서에 다녀온 뒤 직접 약을 제조하기로 결심했고 ‘다이아졸 연고,’ ‘강신 빈대약’으로 대박을 쳤다. 1950년 6·25 전쟁 탓에 회사가 위기에 처했지만 부산에서 임시공장을 짓고 염산에페드린정, 산토닌정 등의 약품을 생산·공급했다. 또다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며 전란 극복에 큰 도움을 준 것.

고촌은 1955년 회사 이름을 ‘종근당제약사’로 변경했고 이듬해 주식회사로 등기했다. 1968년에는 정부에서도 반신반의했지만 국내 처음으로 미국 FDA로부터 항생제 클로람페니콜의 판매승인을 받아 미국과 일본 등에 수출했다. 1972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중앙연구소를 설립, 신약 연구의 첫발을 디뎠다. 이 연구소에선 세계 네번째로 항결핵제를 개발했고 당뇨병, 항암제 개발의 기지가 되고 있다. 고촌은 국내 최대규모의 원료합성·발효공장을 설립해 100% 수입에 의존하던 의약품 원료를 국산화하는 작업도 펼쳤다.

피란시절 종업원들을 야간학교에 다니게 하는 등 교육에 관심이 컸던 고촌은 1973년 종근당고촌재단을 설립해 ‘ESG 경영’의 선구적 모델을 보여줬으며 헌신적으로 장학사업을 펼쳐온 공로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종근당고촌재단은 UN 결핵퇴치 국제협력사업단과 공동으로 ‘고촌상’을 제정, 매년 인류 건강에 기여한 인물이나 단체를 선정해 수상하고 있다. 2010년 한국조폐공사는 ‘한국의 인물 시리즈 메달’의 52번째 인물로 고촌을 선정하고 기념메달을 발행하기도 했다.

    김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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