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진료, 의료법 위반 아냐”

뒤집힌 원심에 의료계 반발... "비전문가 '진단 오류' 우려"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보건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의 판결을 뒤집고 무죄 취지를 판단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의학계의 양의학 의료기기 사용 여부를 둘러싸고 의료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한의학계의 손을 들어주는 내용으로 원심을 뒤집었다. 앞선 1, 2심과 달리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을 의료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자 양의학계는 강한 유감을 표했다.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초음파기기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한의사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8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이 사건(2016도21314 의료법위반)은  서울중앙지법으로 파기환송됐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가 진단 보조 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보건위생에 위해를 발생시킨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를 판결했다.

대법원은 “의료공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려면 종전과 다른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해당 의료기기의 한의사 사용을 금지하는 법적 규정이 있는지, 한의사가 해당 기기를 진단 ‘보조 수단’으로 사용할 경우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등을 판결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번 판결이 한의학계가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했다고 확대 해석하긴 어렵다. 명시적인 ‘사용 금지’ 조항이 없을 경우에 보조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를 뒀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당시 의료법 등에 한의사가 초음파 기계를 사용할 수 없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었다. 방사선을 이용한 엑스레이(X-ray)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에 대해선 한의사의 사용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 조항이 있다.

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우리 의료체계는 양방과 한방을 엄격히 구분하는 이원화 원칙을 취하고 있다”면서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해 면허를 부여하는 만큼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반대 의견을 냈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씨는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2010년 3월∼2012년 6월까지 초음파기기를 활용해 환자를 진료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초음파 진단기를 이용해 진료하더라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한의학 정규 과정에서 초음파 진단기 사용법을 교육받은 만큼 이는 한의사 면허 범위에 속한다고 주장해왔다.

1심과 2심에선 A씨의 진료 행위를 의료법 위반으로 봤다. 초음파기기가 한의학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초음파 검사가 진료 행위의 주된 역할을 할 경우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를 응용하거나 적용하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논리다. 또 한의사 전문의 교육과정에 영상의학이 없다는 점에서 초음파 검사는 전문 의사나 자격을 가진 전문가가 담당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 대해 양의학계는 강한 유감의 목소리를 냈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차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은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결”이라면서 “모든 것을 다 동원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예정이며, 현재 성명서 발표를 비롯한 대처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초음파기기 자체가 물리학을 바탕으로 현대의학에서의 활용을 상정해 개발됐다는 점은 이전 판결에서도 나왔다”면서 “검사자의 숙련도에 따라 판독 결과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의료법의 범위를 넘어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타 직역에 이를 허용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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