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방지·장수의 열쇠…‘회충’에서 찾은 특급 비밀

연구팀 “특정 스트레스 반응 활성화, 세포 노화 늦추고 장수 촉진”

세포에서 ’펼쳐진 단백질 반응’이라는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면 나이가 들어도 훨씬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이가 들어도 세포의 특정 스트레스 반응을 활성화하면 노화 속도를 크게 낮추고 장수를 촉진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싱가포르 난양공대(NTU)가 인간과 유사성을 공유하는 기생충인 회충에 대해 수행한 실험실 연구결과에서다.

연구팀은 늙은 회충에게 고농도 포도당 먹이와 정상적인 먹이를 각각 준 뒤 분석했다. 그 결과 정상적인 먹이를 먹은 회충은 20일 생존한 데 비해, 고농도 포도당 먹이를 먹은 회충은 24일 동안 생존했다. 또 고농도 포도당 먹이를 먹은 회충은 행동이 더 민첩했고, 에너지 저장세포를 훨씬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에 쓰인 회충 성충(C. elegans)은 인간보다 해부학적으로 훨씬 더 간단하지만, 인간처럼 세포분열을 제어하고 결함을 지닌 세포가 사멸하도록 프로그래밍한다. 연구 책임자인 NTU 기욤 티볼트 부교수(세포생물학)는 “노화와 관련된 세포 경로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면 암, 치매, 뇌졸중 등의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연구팀에 의하면 스트레스 반응과 노화 사이의 연관성을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나이든 사람들이 고농도 포도당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권장하지는 않았다. 이번 연구의 초점은 다른 데 있다. 세포에서 특정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면 장수로 이어질 수 있고, 특정 약물로 이 스트레스 반응을 활성화면 세포 노화를 늦출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싱가포르국립대 룽 리 교수(기계생물학연구소장)는 “고농도 포도당 먹이를 섭취한 회충의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펼쳐진 단백질 반응(unfolded protein response, UPR)’이라는 세포 경로를 확인했기 때문에 이번 연구의 영향력이 크다”고 말했다.

어떤 스트레스 요인 때문에 세포에 ‘펼쳐진 단백질’이 쌓이면 세포는 ’펼쳐진 단백질 반응(UPR)’이라는 특정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이 반응은 펼쳐진 단백질을 없애 세포의 균형을 회복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 세포 경로를 억제하면 회충의 수명이 극적으로 연장된다는 것을 새로 밝혀냈다. 이 세포 경로를 표적으로 삼으면 대사 장애가 있는 사람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이 연구 결과(The unfolded protein response reverses the effects of glucose on lifespan in chemically-sterilized C. elegans)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고 미국과학진흥회가 운영하는 포털 ‘유레카 얼럿(Eurekalert)’이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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