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사망원인 ‘중증 선천 심장질환’ 일찍 감별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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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의 심장이 선천적으로 기형이거나 심장 주변의 주요 혈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를 ‘중증 선천 심장질환(CCHD)’이라고 한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2017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국내 영아 사망의 두 번째 주요 원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산전 정밀 초음파 급여를 인정하고 있어, CCHD 진단율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태아일 때 진단받지 못했다면 태어난 이후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CCHD를 동반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주목 받고 있는 진단법이 ‘맥박산소측정법’이다. 신생아의 손이나 발에 센서를 부착해 동맥혈 적혈구에 의해 운반되는 산소의 양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신생아가 CCHD를 동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선별검사법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이 측정법을 통해 CCHD를 동반하고 있는 신생아를 발견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필수 정기 검사가 아니다.

고대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최병민 교수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임상근거연구팀 최미영 연구위원 연구팀은 맥박산소측정의 타당성, 비용효과성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향후 국내에서 출생하는 모든 신생아에게 CCHD 선별검사를 적용하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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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맥박산소측정법의 유용성을 살핀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CCHD 진단을 위한 맥박산소측정법의 민감도는 76.3%, 특이도는 99.9%, 위양성률은 0.14%였다. CCHD 유병률은 1만 명 중 6명꼴인데, 맥박산소측정법은 이 중 5명을 찾아내고 1명은 놓치는 수준의 선별검사 능력을 보였다. 맥박산소측정은 신생아들이 병원을 퇴원하기 전 시행해야 할 정기 검사로써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CCHD를 선별하기 위해 신생아 대상으로 신체검사만 시행할 때와 신체검사 및 맥박산소측정을 시행할 때의 비용효과성도 살폈다.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맥박산소측정을 시행하려면 매년 약 14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측정법의 특이도를 적용하면 163명의 위양성이 나타날 수 있고, 이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추가 심장 초음파 등에는 약 3000만 원이 든다.

맥박산소측정을 시행하면 매년 3명의 신생아를 살릴 수 있고, 이로 인해 늘어나는 추가 생존연수는 2.34LYG(연장된 수명)다. 연구팀은 “검사에 드는 비용(14억/년)은 추가 생존한 3명에 대한 비용으로, 생존한 신생아들의 합병증과 후유증을 줄이는 비용과 잠재적 건강 편익에 대한 비용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의 현재 경제 수준에서 이 검사를 도입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산모 진료내역을 보면 임산부 초음파검사를 받지 않는 경우는 60.3%, 태아 심장 초음파나 정밀 임산부 초음파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는 65.1%에 이른다. 상당수의 임산부가 초음파 검사를 받지 않고 있는 만큼,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CCHD 선별검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출생 전 혹은 출생 후 최대한 빨리 CCHD 진단을 받아야 조기 치료를 통한 합병증 및 후유증, 사망률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모든 신생아에게 맥박산소측정 선별검사를 시행하는 국가적 보건정책 사업의 근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신생아실에서 실질적으로 맥박산소측정이 필수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제도화 및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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