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여성의 시험관시술 가능할까?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일본인 방송인 사유리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이전에는 일본인 답지 않은 서글서글하고 약간은 어색한 한국인 말투가 생각나지만 지금은 비혼으로 미국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시험관아기시술로 임신한 후 출산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사유리는 한국이나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시험관아기시술을 받아야 했을까? 이에 대하여 사유리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이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미국으로 건너가 시술을 받았다고 했다. 최근에 사유리와 유사한 사례에 대한 국가인권위 결정이 있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진정인은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아이를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41세가 되던 해에 한국에서 난자를 냉동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미혼상태로 시험관아기 시술은 불가능하다고 하여 50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합법적으로 정자공여를 받아 시험관시술을 여러 번 시행하였지만 임신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냉동보관중인 난자를 해동하고 미국에서 공여받은 정자를 사용하여 시험관 시술을 받고 싶었지만 우리나라의 병원은 결혼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시험관 시술은 하지 않도록 하는 산부인과 윤리지침 때문에 시술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진정인은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한 결과 미혼여성의 시험관시술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는 답변을 듣고 다시 산부인과에서 시술을 받고자 하였지만 거절당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체외수정시술은 원칙적으로 부부관계에서 시행되어야 한다는 산부인과학회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개인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할 필요성 및 현행 법에서 미혼여성의 보조생식술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의적으로 이를 제한하는 조치는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산부인과학회 윤리지침을 개정하도록 권고했다.

이같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러한 결정을 받아들이기 전에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우리나라에서 비혼여성의 시험관시술 등 체외수정 시술을 금지하는 법률은 없다. 문제는 이러한 비혼여성에게 정자를 공여할 정자은행이 문제다. 현재 정자은행은 전국적으로 5개 정도가 있지만 이들은 모두 난임부부만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여성이 합법적으로 정자를 공여받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비혼이나 미혼여성이 체외수정시술을 받을 수 있게 되더라도 필요한 정자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비혼이나 미혼여성이 특정남성을 섭외하여 정자를 기증받는 경우는 여러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 우선 이러한 정자기증과 관련하여 금품거래가 있다면 이는 생명윤리법에서 금지하는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반대급부를 조건으로 배아나 난자, 정자를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특정 남성으로부터 기증된 정자를 사용하여 체외수정시술을 통해 아기를 가진 경우 나중에 정자를 기증한 남성이 아기의 개인정보를 알려 달라고 하거나 아이가 아빠를 찾으려고 할 때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정자에 대한 밀거래를 방지하고 미혼이나 비혼여성 및 불임환자를 돕기 위한 공공정자은행을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둘째,공공정자은행을 통해 정자를 공여 또는 수여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정자를 공여한 사람의 나이, 교육정도, 신체적 특징 (키, 피부색 등), 질병 등의 상세한 신체정보를 정자를 공여받는 사람에게 알려야 할지 여부이다. 이보다 더 나아가 공공정자은행에서 이러한 신체정보를 통해 정자를 공여받는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특질을 가진 정자를 선택할 수 있게 할 수 있게 하여야 하는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개인정보는 정자기증을 받는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로서 이렇게 기증한 사람의 신체정보를 알려주고 선택을 할 수 있게 한다면 차별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공공정자은행을 통해 공여받은 정자로 아이를 출산하였는데 이 아이가 정자와 관련된 문제로 인하여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경우 이에 대한 책임문제가 생길 수 있다.

셋째, 이렇게 비혼이나 미혼 여성이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은 경우 이에 대하여 건강보험이 적용될지 명확치 않다. 현재 난임부부의 경우 시험관 시술 등 체외수정시술을 받을 때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례와 같이 비혼이나 미혼여성이 체외수정시술을 받는 경우 건강보험적용이 안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이전에 고려하지 않은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개인 삶의 다양성을 인정한다면 비혼 혹은 미혼여성이 체외수정시술을 이용하여 아이를 가지기 원하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이런 방식의 임신을 허용할 경우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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