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예방 차원의 유방절제 필요 없는 날 올까?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가족 중 복수의 암 환자가 있다면 그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유전적 이유로 가족력이 있는 암 환자의 치료제로 ‘파프(Parp) 억제제’가 각광을 받고 있으며 언젠가 이 치료제가 해당 암 발병 예방제가 될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 영국 가디언이 14(현지시간) 보도했다.

 파프(Parp)는 ‘폴리아데노신 아데노신이인산리보스 중합효소’의 줄임말이다. 모든 세포에서 발견되는 이 효소는 ‘PARP1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져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암 치료과정에서 이 효소를 차단하면 암세포가 손상된 DNA를 복구하지 못해 죽게 된다. 특히 브라카1(BRCA1)과 브라카2(BRCA2)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있는 유방암이나 난소암 치료에 많이 사용된다.

 영국 옥스퍼드에 있는 존 래드클리프병원 직원인 수 헤이워드는 2017년 난소암 진단을 받고 자궁절제술과 화학요법을 받았다. 하지만 암은 1년 안에 재발했다. 헤이워드의 난소암은 가족력일 가능성이 높았다. 브라카1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 것이었는데 그녀의 어머니도 난소암으로 돌아가셨고 할머니 역시 암으로 돌아가신 것으로 추정됐다.  

의료진은 항암 무기창고에서 새로운 무기를 꺼내 들었다. 수십 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된 파프 억제제의 하나인 올라파립(olaparib) 알약을 매일 복용하게 하면서 다양한 화학요법을 병행했다. 그리고 암세포가 사라졌다.

헤이워드의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다. 영국 전역에서 파프 억제제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특정 가족성 암에 걸리기 쉬운 많은 사람들이 향후 몇 년 동안 간단하고 효과적으로 치료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실제로 언젠가 파프 억제제를 암 발생 후 환자를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발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영국 뉴캐슬대의 허비 뉴웰 교수는 “파프 효소가 세포가 스스로 회복하는 것을 돕는 방법을 밝혀낸 것이 이 과정을 방해할 수 있는 화학물질의 발견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파프 억제제 발견은 영국 전역의 생물학 실헐실에서 수십 년 동안 진행된 기초연구의 결과였다는 설명이다.

최초의 파프 억제제에 대한 임상평가는 20년 전 2개 암 관련 단체가 합병해 영국암연구(CRUK)가 결성되면서 시작됐다. CRUK는 파프억제제 연구의 주요 자금원이 됐다. 케임브리지대의 스티브 잭슨 교수(종양학)는 “본질적으로 우리는 암세포의 아킬레스건을 발견했고 그것을 파괴하기 위해 그 정보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그의 연구팀은 헤이워드가 복용한 올라파립의 발견과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암세포 DNA 복구 막는 ‘파프 억제제’, 치료제 넘어 예방제로 개발 중

이 연구는 미국과 영국에서 유방암1을 유발하는 브라카1과 유방암2 유발하는 브라카2 두 유전자의 존재를 밝혀낸 초기 연구로 이어졌다. 이후 유방암, 난소암 및 전립선암 같은 암들은 부모 중 한 사람으로부터 물려받을 수 있으며 후손에게도 전달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영국에서만 BRCA1BRCA2 돌연변이를 지닌 사람들이 수만 명으로 추정된다. 파프 억제제의 개발은 이들이 물려받은 암 발병의 높은 위험을 덜어주는 효과를 낳았다.

파프 억제제는 개발 초기엔 말기 암환자 위주로 투여됐다. 잭슨 교수는 “처음 파프 억제제를 개발했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몰라서 절박한 상황에 놓인 암 말기 환자들에게 먼저 투약했는데 상당한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는 한 여성은 말기 암에 걸렸는데 거의 9년 전에 파프 억제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전혀 증상이 없다”고 소개했다.

파프 억제제의 투약시기는 요즘 들어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유전적 원인으로 암이 발병한 경우에는 초기에도 투약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예방적 차원에서 파프 억제제를 투여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현재 유방암이나 난소암의 가족력이 있는 여성들은 예방적 차원에서 유방절제술이나 자궁절제술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기적으로 파프 억제제를 복용하면 이런 절제술을 받을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

뉴웰 교수는 “파프 억제제는 특정 종양이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한 예방약으로 사용될 것“이라며 우리는 암과의 전쟁을 새로운 단계로 진전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파프 억제제를 복용하는 것에는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그 위험성과 잠재적 이익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현재 연구의 핵심”이라고 뉴엘 교수는 밝혔다. 헤이워드는 약을 먹은 후 어느 정도 피로감을 느꼈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됐고 이런 약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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