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시중에 지치다… 집에서 ‘간병’ 가능할까?

[김용의 헬스앤]

벽에 기댄 지친 의료인
[사진=게티이미지]

“어머니, 죄송합니다.”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모신 A씨(남·54세)가 면회 때마다 되뇌는 말이다. “우리 손주들은 왜 안오냐”는 어머니 말씀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코로나19 광풍이 불어닥친 지난 2년 간 요양병원·시설은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면회 때 유리 벽 사이로 얼굴만 보다가 불과 50일 전에야 겨우 어머니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국내 코로나 사망자의 거의 절반이 요양병원·시설 등에서 나왔다. 방역 당국이 분류한 대표적인 감염취약 시설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폐렴 등 호흡기질환 위험이 높았던 곳이다. 각종 기저질환자들이 집단으로 모여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뇌졸중(뇌출혈)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80대의 어머니를 집에서 간병하다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사실상 맞벌이를 하고 있어 간병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년 동안은 어머니 얼굴 보기도 어려웠다. 20일부터는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게 됐다. 어머니는 외출·외박도 가능해 집에서 자고 갈 수도 있다.

◆ 간병할 사람 없어 요양병원 선택하는 사람들

A씨의 경우처럼 병의 상태보다는 간병할 사람이 없어 요양병원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곁에서 보살피며 시중들 사람이 있다면 내키지 않은 요양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 요양병원으로 향하는 날 자식이나 입원하는 부모 모두 눈물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집을 두고 ‘이산가족’이 되는 것이다. 이는 국가의 간병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간병 지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는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 두 가지로 봐야 할 것 같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건강과 거동 상태를 살펴 5등급으로 구분한다. 상태가 악화된 1~2등급에 한해 요양원에 입원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건강이 나쁘지 않아 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해도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다. 요양병원은 장기요양보험이 아니라 건강보험에서 진료비를 받기 때문이다. 요양병원 입장에서도 환자가 많으면 경영에 도움이 된다. 요양병원 진료비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곧 장기요양보험 재정을 앞지를 기세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노인 돌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군·구 지방자치단체는 장기요양보험 등급 신청을 했으나 건강이 악화되지 않아 등급을 받지 못한 노인 위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으면 지자체의 노인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휠체어를 타고 있는 남자 노인과 휠체어를 밀어주는 여자
[사진=게티이미지]
◆ 치솟는 간병 비용… 요양보호사는?

개인이 간병인을 채용하면 치솟는 간병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간병인의 수준도 천차만별이고 ‘괜찮은’ 간병인을 두면 비용이 한 달에 4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사실 간병인은 법적 제도권 밖의 직업이다. 대부분 개인이나 업체를 통해 사적으로 소개받는다. 반면에 간병인과 거의 비슷한 일을 하는 요양보호사는 국가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요양시설은 법적으로 일정 수 이상의 요양보호사를 고용해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급여의 일정액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간병이 필요한 대학병원, 요양병원 등 ‘의료시설’은 요양보호사를 고용할 법적 의무가 없다. 정부가 요양시설과 병원·요양병원(의료시설)을 법적으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양시설처럼 국가가 급여 지원도 하지 않는다. 개인이 직업 간병인을 쓰는 경우 가족은 장기간 얼굴조차 못 볼 수 있다. 간병인을 병원에 상주하는 보호자 1인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면회가 불가능하다. 자칫하다간 임종을 앞두고서야 겨우 면회를 할 수 있다. 20일부터 요양병원은 면회 제한이 대폭 완화됐지만 일부 종합병원은 이를 고수하고 있다.

◆ 간병은 곧 나에게도… 집에서 하는 간병 지원 검토해야

간병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간병 제도를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막대한 개인 간병비용도 덜어줘야 한다. 장기요양보험에서 집에서 하는 간병을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간병할 사람이 없어 눈물을 머금고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선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고 얘기하지만, 장기요양보험에서 자택 간병비를 지원하는 수준은 OECD 국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반면에 장기요양보험은 노인이 요양원·요양병원에 입원하면 집에서 하는 돈의 거의 2배를 지출하는 상황이다.

간병인도 요양보호사처럼 국가가 관리하는 법적 영역으로 들여야 한다. 간병비의 일정액을 국가가 지원해 개인의 부담도 줄여 나가야 한다. 요양보호사를 요양시설 뿐 아니라 폭넓게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가 간병인 관련법을 도입하고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중년의 A씨 자신도 예상보다 빨리 요양병원·시설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몇 년 전부터 앓아온 혈관질환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뇌졸중(뇌출혈·뇌경색)으로 악화되면 거동이 불편해질 수 있다. 어머니를 면회하고 올 때 마다 “나도 언젠가는…”를 되뇐다.

간병 문제는 곧 나에게도 닥칠 수 있다. 아프면 자식들에게 모든 부담을 지워야 할까? 스스로 요양병원을 찾아야 하나? 간병 문제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이미 현실이 된 간병인 문제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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