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제약 경영정상화 추진…“성장동력 상실한 회사가 가능할까?”

제약업계, 로컬급 영업조직 붕괴·연구개발 투자 저조·신제품 미출시 등 지적

[명문제약 사옥]
명문제약이 매각을 철회하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제약업계에서는 성장동력을 상실한 회사가 “과연 경영정상화가 가능할까?” 라는 회의적인 시각으로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명문제약은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당사 최대 주주에게 조회공시 요구 내용에 대해 문의한 결과, 지분매각에 대해 논의된 적은 있으나 최종적으로 매각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관련, 명문제약 관계자는 “그동안 추진해 왔던 매각을 철회하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선언한 것이다”고 말했다.

명문제약의 경영정상화 발표에 대해 제약업계는 정상화 가능 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명문제약을 성장동력을 상실한 회사로 보고 있다. 구조조정의 여파로 충성도 높은 직원들이 사라졌고,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연구개발 성과물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것.

또 매출은 늘고 있지만 영업마케팅대행사에 지출하는 높은 수수료 부담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명문제약은 2020년 10월부터 영업체제를 직접 영업에서 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 영업마케팅대행)로 전환했다. 당시 영업인력 260명 중 종합병원 및 도매영업 인력 80명만 남기고 로컬영업(개원의, 약국 영업) 인력 16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구조조정 전인 2019년 명문제약 직원은 534명이었으나 2020년 336년, 2021년 316명, 2022년 1분기 306명으로 줄었다.

명문제약은 로컬영업인력과 상의 없이 구조조정을 진행해 내부 갈등도 적지 않았으나 퇴사하는 직원 상당수를 CSO로 계약하고 높은 수수료 제공을 약속하며 반발을 무마했다.

당시 명문제약이 구조조정을 진행하게 된 배경은 수익성 악화였다. 영업이익이 2016년 100억원에서 2017년 75억원, 2018년 49억원으로 줄고, 20219년에는 영업손실액이 143억원을 기록했다. 고정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영업조직을 CSO로 전환했지만 수익성 악화는 막을 수 없었다. 인건비 등 고정비용 지출을 줄었지만, CSO에 지출하는 높은 수수료가 경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명문제약이 연도별 수수료 지급액은 2016년 38억5800만원, 2017년 39억4700만원, 2018년 37억4800만원, 2019년 41억700만원이었다.

2020년 10월 영업조직을 CSO로 전환한 이후 명문제약 지난해 매출은 2020년 대비 8% 증가한 1377억6000만원, 영업손실은 58억8100만원, 순손실은 68억400만원을 기록했다.

지표상으로는 구조조정으로 경영효율화를 이룬 것으로 비쳐지지만, CSO에 지출하는 높은 수수료는 경영 효율화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제약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명문제약이 영업조직을 CSO로 전환한 2020년에는 지급수수료가 105억300만원이지만, 지난해는 396억3900만원으로 늘었다. 올 1분기는 지급수수료는 90억4200만원으로 2021년 1분기의 76억9400만원 대비 18% 증가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명문제약의 경우 CSO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품목당 40% 수준을 알려져 있다. CSO가 연간 1억원의 의약품을 판매했을 경우 4000만원을 받는다는 것을 뜻한다”며 “품목당 40% 수수료는 제약업계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회사에 돌아가는 이익이 적을 뿐만 아니라 매출을 키우면 CSO에게 더 높은 수수료를 제공할 가능성이 커 경영 효율화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 투자 미비와 경쟁력 있는 신제품이 출시되지 않아 성장동력 확보가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명문제약 사업보고서를 분석해 보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제약업계 밑바닥 수준이다.

연도별 연구개발비 현황은 2016년 15억1900만원, 2017년 13억4800만원, 2018년 19억5400만원, 2020년 24억6800만원, 2021년 41억5100만원이었다. 2020년까지는 매출액의 2%도 연구개발비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가 지난해 3%로 지출을 늘렸다.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없이 내일이 없다’는 인식 아래 다른 제약사들이 매출액의 10%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3%는 너무 적은 수치일뿐만 아니라 연구소 직원들 인건비에 불과해 신약 개발 등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명문제약은 최근 수년간 경쟁력 있는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어, 신규 매출 창출이 어렵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명문제약의 연도별 의약품 신규 허가 현황은 2019년 33품목, 2020년 35품목, 2021년 51품목, 2022년 6월 19일 현재 12품목 등이다.

비슷한 매출 규모의 제약회사와 유사한 신규 의약품 허가 현황이지만 출시 제품의 상당수는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제네릭 의약품으로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 제약업계 관계자의 지적이다.

모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신규 매출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타 제약사의 품목을 도입해 판매해야 하는데 제네릭 의약품 출시만으로 매출 증가에 그다지 도움이 안된다”며 “특히 로컬급 영업조직이 사라진 명문제약으로서 신규 매출 창출이 어렵고, 높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 CSO를 활용해 매출을 늘려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영정상화를 선언하려면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돼야 하는데 전혀 그런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매각 실패에 따른 면피성 발언으로 해석된다”며 “명문제약 최대 주주가 경영정상화에 의지가 있다면 사재 출연, 투자계획 등 중장기적 비전에 대한 과감한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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