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의 딜레마… “증오·혐오 대상될까 우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이미지 [사진=BlackJack3D/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상반기,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인에게 혐오와 적개심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최근에는 원숭이두창 확산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증오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이번 원숭이두창 확산이 남성 동성애자 및 양성애자 사이에 주로 확산됐다는 객관적 사실을 알리면서도, 동시에 원숭이두창은 이성애자 사이에서도 확산될 수 있고 성소수자를 혐오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

최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에서는 유럽 여행을 다녀온  남성 2명이 원숭이두창 확진 판정을 받았다. 유타주는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고민에 빠졌다. 감염자들이 유럽에서 남성 간 성접촉으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모르몬교 본부가 있는 솔트레이크시는 보수적이고 금욕적 분위기도 고려해야 했다.

솔트레이크시 보건당국은 동성애 커뮤니티를 가급적 언급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솔트레이크시에서 열린 축제에서 주 보건당국이 부스를 열어 명함 크기의 원숭이두창 경고문을 배포했다. 해당 경고문에는 피부 발진이나 독감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과 가깝게 머물거나 성접촉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미국 연방정부도 원숭이두창이 성적 지향성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감염병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설치류 등 동물을 통해서도 감염되고 이성애자들 사이에서도 확산될 수 있는 질환이라는 것.

미국에서 확인된 사례들은 대부분 유럽 여행과 연관이 있다. 미국 내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확산이 일어나지는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퀴어 축제 개최 역시 허락하고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특정 집단에 증오심을 표출해선 안 된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아시아인을 ‘바이러스 덩어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처럼 동성애자를 ‘원숭이두창의 원흉’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것.

단, CDC는 이번 확산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명확하게 알리는 것 역시 공중보건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 퍼지지 않으려면, 원숭이두창이 성병은 아니지만 이번 확산이 성소수자들 사이에 확산됐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알리는 것 역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원숭이두창이 전례없이 전 세계로 확산된 부분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일깨워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원숭이두창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설치류와 같은 동물과 접촉했을 때, 피부 병변이 있는 사람과 긴밀한 접촉을 했을 때 주로 전염된다. 여기엔 성관계가 포함되지만 오염된 옷이나 침구 등을 공유했을 때도 퍼질 수 있다. 함께 거주하는 사이일 때는 장기간 비말에 노출돼 감염될 수 있다. 엘리베이터나 마트 등의 공간에서 잠깐 함께 머무는 정도로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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