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없대요” 팍스로비드 처방 중구난방

“약이 없대요” 팍스로비드 처방 중구난방
대구 중구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팍스로비드 재고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팍스로비드 처방 기준과 작용 메커니즘을 잘 모르는 병원들도 있고, 처방할 생각이 없는 병원들도 있어요.”

동네병원에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처방 받지 못했다는 외래 환자들의 제보가 이어지면서 최근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이처럼 개탄을 표했다.

60세 이상, 기저질환이 있는 40대 이상, 면역저하자는 코로나19 감염 시 팍스로비드를 처방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동네의원에 요청했다 거절 당하다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약 처방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여기에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는 ▲실제로 팍스로비드 재고가 없다는 점 ▲또 다른 하나는 의사가 처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의하면 현재 국내에는 8만 명분의 팍스로비드 재고 물량이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병원 문의 시 재고가 없다는 답변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 확진자이자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인 A씨(67세)는 “정부에선 재고가 있다는데, 병원에 연락하면 왜 약이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 주요 원인은 약국들이 보통 주 단위로 팍스로비드를 배급 받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처방 요청 시점과 약의 입고 시기가 어긋나면 이처럼 처방 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발생한다.

팍스로비드 처방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병원들도 처받 받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팍스로비드는 병용 처방이 금기된 의약품 성분이 28개다. 제품으로 치면 500개에 이른다. 재택치료 전담의료기관인 동네병원 의사 B씨는 “500개나 되는 병용 금기 약 목록을 환자 대상으로 일일이 체크할 수는 없다”며 “결국 환자에게 현재 복용 중인 약이 뭔지 물어볼 수밖에 없는데, 해당 약의 복용을 중단해도 되는 사례도 있고 안 되는 사례도 있어 섣불리 복용 중단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처방 후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도 많고 복잡하다”며 “지정 약국과 실시간으로 재고 공유도 안 되고, 팍스로비드 복용 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면책 사항도 정의돼 있지 않다. 의사로서 성실히 임무를 수행하고 싶지만 예기치 않은 부작용의 책임을 떠안거나 행정적 업무에 비해 보상이 적으면 처방이 꺼려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팍스로비드 처방 이슈를 해결하려면 기본적으로는 팍스로비드 물량이 지금보다 크게 늘어나야 한다. 각 지자체로 충분한 양의 팍스로비드가 배급돼야 한다는 것. 병원과 약국 사이에는 물량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어야 하고, 업무 처리는 지금보다 간소화돼야 한다.

동네의원들은 이처럼 나름의 사정이 있지만 환자들 입장에서는 당장 건강과 생명이 직결된 문제인 만큼 약 처방이 절실하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확진자들이 직접 약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요령을 공유하기도 한다. 확진자들은 “동네병원에 직접 전화하지 말고 관할보건소를 통해 병원 배정을 받아야 한다”, “보건소에 신청했는데 오래 기다려야 하더라. 차라리 집근처 약국들에 연락해 처방 가능한 병원들을 알아봐라” 등의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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