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지능 아니고, IQ도 계속 바뀐다

[박문일의 생명여행] ⑧지능의 형성과 변화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고 하지만 싸움 중이라 해도 절대 해선 안 될 말이 더러 있다. 그 중에 하나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하지 못한다고 부부가 서로 “당신 머리를 닮아 그래” 또는 “누굴 닮아서 저렇게 IQ가 낮지” 등이다. 이 말들은 바꾸어 말하면 지능이 유전자에 의하여 유전된다는 말과 같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인간의 지능은 무엇이 결정하는가?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와 관련된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사실 지능은 복잡한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연구결과를 쉽게 내놓기 어려운 영역이다. 지능에 대한 대부분의 정의에는 경험을 통해 배우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지능의 요소에는 추론, 계획, 문제 해결, 추상적 사고, 복잡한 아이디어 이해 능력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지능은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되고 측정될 수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IQ(Intelligence quotient, 지능지수)라는 단순한 지능 척도에만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아무튼 본격적으로 지능관련 연구에 불을 지핀 이들은 미국의 학자들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리처드 허른스틴과 찰스 머레이 교수는 그들이 1994년에 펴낸 저서 《벨 커브》에서 IQ의 유전 가능성이 최소 60%, 최대 80%라고 주장했다. 그 후, 이 주제는 여러학자들의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었지만 다수의 학자들이 이들의 결론에 동조하는 비슷한 논문들을 연이어 발표해 마치 “지능은 대부분 유전된다”가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게 됐다. 이 학자들을 지능연구에 대한 하바드학파라고 불러도 좋겠다.

그러나 3년 후인 1997년, 피츠버그대 의대 정신과교수인 버니 데블린, 마이클 다니엘스, 캐슬린 뢰더 박사는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능에 대한 유전자의 총 효과를 측정하는 ‘광의의 유전성’이 아마도 48%일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그동안 발표됐던 212개의 이전 연구결과를 총망라했으며 특히 태어난 후 떨어져 살았던 일란성 쌍둥이를 포함시킨 연구내용들을 중점분석했다. 이것은 연구방법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들은 모성 환경이 같았던 성인 쌍둥이간의 지능에 현저한 상관관계를 밝혀내었는데, 즉 이 연구는 여러가지 환경 중에서도 자궁내환경이 지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적합한 연구모델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 유전성의 측정값이 50% 미만, 즉 48%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면서 진화론적 논증을 더 하면 최소 34%까지도 내려간다고 하였다. 즉 그동안 유전 성향이 훨씬 높았다는 하바드학파들의 연구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이 논문이 발표된 뒤 세상의 많은 보통 부부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당시 미국의 세계적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에 크게 소개돼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 당시 영국에서 연구 중이었던 태아 프로그래밍(Fetal programming) 학설과 맞물려 엄마의 자궁내 환경이 지능뿐 아니라 평생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큰 이론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현재 그 이론은 태어난 이후의 환경영향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학자들에 의해서도 받아 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태아환경 즉 임신 중 자궁환경, 나아가 모성환경을 개선하면 인류의 지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필자가 일찍이 태교에 심취한 것도 사실 이 근거에서 시작되었다.

물론 아직도 많은 과학자들이 지능의 유전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어떤 연구에서는 게놈(Genome)의 특정 영역이 지능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의 전체 게놈에 걸친 유전자변이를 조사했지만, 지능의 차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결정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는 “아마도 많은 수의 유전자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각 유전자는 개인의 지능에 약간만 기여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정도이다.

자신의 지능지수가 낮다고 실망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신의 지능이 낮은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단순히 지능지수(IQ)가 낮게 측정된 것이다. IQ만으로는 당신의 창의력, 인내심, 공감능력, 순발력등 살아가기에 필요한 모든 역량들을 평가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IQ는 보통 청소년기에 측정한 점수를 그대로 자신의 평생 IQ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IQ를 어린시절 한번 측정하면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오랫동안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 2011년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게재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IQ는 4년 동안 21점이 올라가거나 18점이 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더우기 미국 피츠버그대 정신과 레베카 프라이스 교수는 사람의 뇌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 있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뇌가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을 말한다. 뇌에는 경험을 암호화하고 새로운 행동을 배우는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표현하면, 학습에 대한 응답으로 뇌가 새로운 뉴런을 형성하고 뉴런 사이에 새로운 연결을 하는 것이다. 프라이스 교수는 뇌의 변화 능력과 새로운 신경세포는 60~70대 연령에도 만들어질 수 있으므로 “IQ는 성인기에도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치매 연구에도 이 이론을 응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능은 유전보다는 환경영향을 많이 받는다. 태어난후 발육되는 가정환경도 중요하고 교육과 사회활동도 중요하다. 또한 임신중의 모성 환경을 강조하는 여러 논문들의 결과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마디 더 보태자면 우리의 삶에 IQ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IQ가 높건 낮건 그것은 단순한 측정값일 뿐임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IQ 높은 범죄자들도 얼마나 많은가? IQ 높은 리더를 만나면 항상 행복하였는가? IQ에 대한 절대적 믿음과 환상이 있었다면 우선 이것부터 버리면 어떨까? 당신이 세상을 살아가는 능력은 지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또한 지능은 결코 단순한 지능지수(IQ) 만으로 표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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