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부작용이 노시보(nocebo) 효과?
[박창범의 닥터To닥터] 플라시보와 노시보
1999년 벨기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학교에서 26명의 학생이 병으로 된 청량음료를 마시고 나서 피로감, 미식거림, 두통, 두근거림, 복통을 호소하였다. 다음날 청량음료 회사는 원인이 되는 제품을 모두 회수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다음 48시간 동안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여러 명이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였고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전국에서 수백명이 유사한 증상을 호소했다.
이에 벨기에 정부는 해당 음료판매를 금지했고 전국에서 약 3000만개의 음료가 회수되었다. 정부는 회수된 음료수에 문제가 없는지 전수 조사하였더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코카콜라를 마시고 부작용을 보인 사람들은 왜 생겼을까? 연구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노시보 효과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시보효과란 무엇인가? 우선 노시보를 이야기하기 전에 플라시보 효과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 이해하기 쉽다. 플라시보(placebo)효과 혹은 위약효과란 ‘내가 치료를 받고 있다 혹은 나아질 것이다’라는 믿음만으로 몸이 치료되는 반응을 보인다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의사를 만나고 오면 아픈 것이 나아지거나 아이들이 아플 때 엄마가 아픈 곳을 살살 만져주면 덜 아파지기도 한다. 의사가 효과가 없는 가짜 약물을 투여해도 환자들은 약을 투여하였다는 자체만으로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이 바로 플라시보 효과이다.
하지만 이러한 플라시보 효과로 인하여 새로 개발된 신약이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 정말로 신약이 효과가 있는지 아니면 플라시보 효과 때문인지 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많은 연구자들은 플라시보 효과를 제거하기 위하여 무작위 대조군 방법(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을 이용해 연구를 시행한다. 여기서 무작위 대조군 방법이란 실제 효과가 있는 약과 효과가 없는 약(가짜약)을 환자들에게 무작위로 나누어 주어 실험자와 피실험자 모두 실제로 효과가 있는 약을 먹었는지 모르게 한 후에 가짜약과 대비하여 실제약의 효과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런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진행하면 가짜약을 복용하여 좋은 결과가 나온 사람의 비율이 얼마인지 평가할 수 있어 통계적으로 플라시보 효과를 제거할 수 있다. 실제로 이렇게 무작위 대조군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플라시보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혈압약 연구들을 보면 가짜 약을 먹더라도 혈압이 약간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흔히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진짜약을 복용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 가짜약을 먹은 피실험군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노시보(nocebo) 혹은 역플라시보 효과라고 한다. 이러한 노시보 효과는 특징적으로 육체적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촉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노시보 효과로 나타나는 증상은 명확하지 않은 복통이나 어지럼증, 두통 등이 흔하다. 또한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신문과 TV와 같은 대중매체에서 누군가에게 어떠한 이유로 증상이 발생한 것이 소개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증상이 촉발되는 경향이 있고 보건당국이 주요하게 다루면 다룰수록 더 많은 사람이 증상을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제까지 여러 종류의 코로나19 백신을 가지고 대규모 무작위 대조군 시험으로 진행된 총 12개의 연구를 분석해보니 실제 코로나 백신을 맞은 사람들 중에서 두통과 피로감과 같은 가벼운 부작용을 보인 사람이 1차 백신의 경우 46.3%인 반면 가짜 백신을 맞은 사람도 유사한 가벼운 부작용을 보인 사람이 35.2%로 나왔다. 2차 접종의 경우 진짜 백신을 맞은 사람의 61.4%가 유사한 부작용을 보인 반면 가짜 백신을 맞은 사람들 중에서는 31.8%가 유사한 부작용을 호소하였다. 이런 결과를 가지고 연구자들은 첫번째 접종 후 경한 부작용의 76%, 두번째 접종 후 경한 부작용의 52%가 노시보 효과로 인해서 발생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물론 이 연구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은 제외되었다. (JAMA Netw Open 2022;5:e2143955)
백신연구에 참여한 피실험자들이 두통이나 피로감 같은 경미하지만 유사한 부작용을 호소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자는 코로나 백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팜플렛에서 피실험자들에게 두통이나 피로감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두통이나 피로감과 같이 흔히 발생하는 증상을 백신접종 부작용에 대한 많은 정보들로 인하여 백신부작용이라고 착각하였을 것으로 저자는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백신과 관련된 노시보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노시보효과가 나타나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약의 부작용을 너무 자세히 설명하기 때문에 의료진이 환자들에게 백신의 부작용에 대하여 자세하게 알려주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주장도 있다. 반대로 노시보 효과가 백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발생하기 때문에 백신의 부작용을 환자들에게 좀더 자세히 알리는 것이 노시보효과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백신과 관련된 부작용의 상당수가 정말로 노시보 효과 때문이라면 이런 효과를 줄이기 위해선 어떤 방식이 더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