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며 변하는 심장 기능, 기억력도 떨어뜨린다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년 초기와 중년기 사이 심장의 구조와 이완기 기능(diastolic function)에 나타나는 미묘한 변화가 사고력 및 기억력 저하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장의 이완기 기능은 심실이 혈액으로 차는 때를 말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로어 라우치 박사팀은 평균 연령 30세 성인 2,65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는 연구 시작 시점과 시작 후 20년, 25년이 지난 시점에 각각 심초음파검사(echocardiogram)를 받았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좌심실의 무게 △심장이 펌핑할 때 좌심실에 채워지는 혈액의 양 △좌심실이 신체로 혈액을 얼마나 잘 내보내는지, 즉 심장에서 나간 혈액의 비율 등 세 가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25년 동안 좌심실 무게가 1년에 평균 0.27g/m² 증가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평균 무게는 첫 번째 해에 81g/m², 마지막 해에는 86g/m²였다.

또한 좌심방의 부피는 첫 번째 해에 평균 16mL/m²에서 마지막 해에 26mL/m²로, 평균 0.42mL/m² 증가했다.

연구의 마지막 해에 참가자는 전반적인 인지기능과 처리 속도, 집행기능, 지연된 언어적 기억(delayed verbal memory), 언어 유창성 등 사고력과 기억력을 측정하기 위한 6가지 인지 테스트를 받았다. 테스트에는 글자와 숫자 번갈아 연결하며 선 긋기, 5개 단어 반복한 후 다른 과제를 완료하고 다시 같은 단어 5개 말하기 과제 등 일반적인 치매 검사가 포함됐다. 점수는 0에서 30까지로, 26 이상이면 정상적인 인지기능을 가진 것으로 본다.

연령, 성별, 교육수준과 같은 요인을 조정한 결과, 성년 초기에서 중년기까지 좌심실의 무게가 평균 이상 증가한 참가자는 대부분의 인지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좌심실 무게가 평균 이상으로 증가하지 않은 참가자의 평균 점수는 24점이었던 반면, 평균 이상 증가한 참가자의 평균 점수는 22.7이었다.

또한 좌심방 부피가 평균 이상 증가하면 전반적인 인지가 낮았다. 좌심실에서 나온 혈액의 비율 감소는 인지와 관련이 없었다.

연구저자인 캘리포니아대학 로어 라우치 박사는 “흥미로운 점은 고혈압, 당뇨, 흡연, 비만과 같은 심혈관 위험 요인에 대해 조정한 후에도 결과가 비슷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우치 박사는 “이르면 성년 초기(심혈관 질환이 발병하기 전이라도) 중년기 사고력과 기억력 저하의 위험 지표가 될 수 있는 심장 이상이 있을 수 있다”며 “미래에는 심초음파검사 한 번으로 인지 장애 위험이 높은 사람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우치 박사에 의하면 높은 혈압과 콜레스테롤, 당뇨병과 같은 심혈관계 위험 요인은 인지장애 위험을 높이지만 심장 구조와 기능, 위험에 대해서는 훨씬 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성년 초기부터 25년 동안 추적 조사해 이러한 기타 요인과는 무관하게 나타나는 사고력 및 기억력 감소를 확인했다. 인생 후반에 나타나는 인지 저하 위험의 잠재적인 초기 지표를 파악한다는 맥락에서 이번 연구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미국 신경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의학저널 ‘신경학(Neur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심초음파검사가 약간 다른 절차와 장비를 이용하여 최대 25년 간격으로 시행되어 데이터를 비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정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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