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촉구 전문가의 백신 미접종

[Dr 곽경훈의 세상보기]

한국에선 생활체육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사실 테니스는 매우 어렵고 힘든 운동이다. 단순히 라켓으로 공을 때리는 것은 쉬워도, 움직이는 공에 맞춰 라켓을 휘둘러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려면 여러 기술이 필요하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그런 기술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테니스는 활동량이 많고 경기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종목이어서 기술 외에도 강한 체력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테니스는 프로선수의 전성기와 선수 생명이 짧은 종목에 해당했다. 20세기까지만 해도 프로선수는 10대 후반에 데뷔해서 20대 중반에 전성기를 누리고 대개는 20대 후반, 늦어도 30대 중반에는 모두 은퇴했다. 1986년에 데뷔해서 2006년까지 프로선수로 활약한 안드레 아기시는 그때만 해도 ‘대단한 예외’에 해당했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 상황이 변했다. 스포츠의학의 발달과 체계적인 훈련법의 등장으로 30대 중후반에 접어든 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오히려 라파엘 나달과 로저 페더러가 대표하는 ‘노익장’에 밀려 20대 선수의 활약이 시큰둥한 상황이다. 심지어 나달과 페더러란 두 위대한 선수에 도전하는 노박 조코비치조차 1987년생이라 30대 중반이다.

그런데 며칠 전, 프로테니스의 4대 메이저대회에 해당하는 호주오픈에서 조코비치의 출전이 불발했다. 조코비치가 부상을 입었거나 호주오픈과 불화한 것은 아니다. 이유는 테니스와 무관했다. 조코비치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호주 정부가 입국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한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그러나 델타와 오미크론 같은 변이의 출현으로 여전히 ‘대유행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한때는 백신 개발이 대유행을 종식하리라 기대했으나 윈스턴 처칠의 표현을 빌리면 백신 개발은 ‘끝의 시작이 아니라 시작의 끝’에 불과했다. 다만 그래도 여전히 대규모 백신 접종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맞서는 거의 유일한 무기에 해당한다(코로나19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전염병에는 대규모 백신 접종이 가장 효율적인 대책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가 조금씩 강도의 차이가 있어도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방역 패스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감염을 100% 차단하는 백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거나 감염의 위험을 60%만 막아도 우수한 백신이다. 또, “모든 약은 독이며 그저 용량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는 필리푸스 파라켈수스의 말처럼 부작용이 전혀 없는 백신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에 “돌파 감염이 있으니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다,”“mRNA백신을 접종하면 DNA에 변화가 생겨 암에 걸린다,” “mRNA백신을 접종하면 불임이 된다” 같은 음모론이 독버섯처럼 자라 난다. 조코비치 같은 스포츠 스타가 불이익을 감수하며 백신을 맞지 않은 것도 그런 음모론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임상 의사든, 의과학자든, 의학에 종사하며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이면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음모론을 배격하고 대중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에 앞장설 의무가 있다. 또, 그런 의무는 단순히 언론에 나가 관심을 얻고 이름을 알리는 행위뿐만 아니라, 말과 행동의 일관성을 보이는 것도 포함한다.

그런데 며칠 전, 평소 백신 접종을 촉구하던 유명의사가 정작 자신은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너스 소크가 주변의 불안을 해소하고자 자신과 가족에게 가장 먼저 백신을 접종한 것과 대비되는 씁쓸한 해프닝이다. 그 의사는 정부가 자신의 주장을 왜곡해 포스터를 만들었다고 하소연하고 있지만, 누리꾼들은 방송에서 그가 백신 접종을 주장하던 것을 근거로 비난을 쏟아냈다.

전문가는 대중의 불안과 공포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소시켜야 한다. 교묘하게 가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대중의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는 선동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대중의 불안과 공포를 해소하고자 목소리를 높일 때도 말과 행동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전문가가 아니라 시장터에서 관객의 함성을 쫓는 ‘약장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https://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Share with Kakao

댓글을 달아주세요.

귀하의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