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여성 뱃살, 수면 부족 탓? (연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갱년기에 접어들면 걱정이 늘고 신경질이 심해진다. 땀이 나는 한편 얼굴이 화끈거린다. 어지럽고 피곤하다. 한마디로 몸도 마음도 말을 듣지 않는 것. 게다가 체중까지 불어난다.

40대에서 50대 초반에 이르는 미국 여성 3000여 명이 갱년기를 보내는 모습을 추적 관찰한 2019년 연구에 따르면, 갱년기 여성들은 대개 근육이 줄어드는 한편 지방은 늘어난다. 이런 추세는 마지막 생리가 끝나고도 몇 년간 지속된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날까? 많은 학자가 에스트로겐 수치의 변화에서 원인을 찾는다. 그러나 하버드대 브리검 여성 병원 연구진은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는 것만 가지고는 체중 증가를 설명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갱년기가 되면 모든 여성이 에스트로겐 생산을 멈춘다. 그러나 체중 증가는 그중 반 정도의 여성에게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라일라 그랜트 박사 등 연구진은 오히려 갱년기 여성들이 대개 수면 부족으로 고통을 겪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폐경 전의 여성, 즉 에스트로겐 등 호르몬 수치가 아직 자연적으로 감소하지 않은 여성 21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고안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연구실에서 이틀간 푹 재웠다. 이어 사흘간은 알람 등을 동원해 계속 깨우면서 단잠을 방해했다. 갱년기 여성들이 열 때문에 한밤중에 계속 깨는 것과 비슷하게 수면 패턴을 디자인한 것이다. 단 전체적인 수면 시간은 동일했다. 또 참가자들 중 9명에게는 류프로라이드라는 약을 처방해 에스트로겐 수치를 낮췄다.

그 결과 달게 잔 날에 비해 자다 깨다를 반복한 날은 참가자들의 몸이 지방을 덜 태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에스트로겐 수치를 낮춘 여성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랜트 박사는 “갱년기 여성들의 지방 축적, 즉 체중 증가에는 에스트로겐 수치와 함께 수면의 질이 나란히 영향을 끼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버지니아대 중년 건강 센터의 조안 핀커톤 소장은 “중년 여성들은 수면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날 것,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할 것, 스트레스를 잘 다스릴 것 등을 주문했다.

이번 연구(OR17-4 – Effect of Experimentally Induced Sleep Fragmentation and Hypoestrogenism on Fasting Nutrient Utilization in Pre-Menopausal Women)는 미국 내분비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됐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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