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Dr 곽경훈의 세상보기]

집 근처의 한적한 카페뿐만 아니라 번화가의 카페에서도 노트북과 가방 같은 소지품을 테이블에 두고 자리를 비우는 모습을 빈번히 마주한다. 그런 모습이 우리에게는 카페의 평범한 일상에 불과하나 한국을 처음 찾은 외국인에게는 매우 특이하고 심지어 생경하게 다가온다고 한다.

미국 혹은 유럽에서 그렇게 행동하면 십중팔구 노트북과 가방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많은 한국인이 어깨가 으쓱하고 자부심을 느낀다. 미국과 유럽, 이른바 ‘선진국’보다 한국의 시민의식이 우수하다는 증거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곰곰이 따져보면 ‘우수한 시민의식’보다는 위험부담이 큰 행위를 피하려는 합리적인 판단일 뿐이다. 카페 내부는 당연하고 카페 앞 길거리, 카페 근처에 주차한 차량까지 곳곳에 CCTV와 블랙박스가 있어 주인이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해서 노트북과 가방을 훔쳐도 결국에는 경찰에 잡힐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훔치지 않는 쪽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같은 이유로 1980~1990년대에 빈번했던 아동유괴가 2000년대 이후에는 크게 감소했다.

응급실에서 진료할 때도 그런 변화를 실감한다. 과거에는 환자 혹은 보호자가 응급실에서 행패를 부리며 기물을 파손하고 심지어 의료진을 폭행해도 정작 경찰관이 출동하면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도리어 의료진이 자신을 폭행했다고 우기는 사례가 종종 있었으나 CCTV가 널리 보급된 요즘에는 극히 드물다. 또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고 그러면서 다쳐서 이송된 운전자가 술은 마셨으나 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경찰관과 응급실에서 실랑이하는 사례도 과거와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또한, 코로나19 대유행에서 한국의 방역이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우수한 성과를 거둔 것에도 CCTV의 보급이 한몫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CCTV의 이런 눈부신 업적(?)에는 당연히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자동차에 설치한 블랙박스만 해도 다른 차량과 행인을 허락받지 않고 촬영하는 것이니 넓은 의미에서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CCTV와 휴대폰 추적, 신용카드 내역조회 따위를 이용하는 ‘한국식 방역’은 조지 오웰이 ‘1984’에서 묘사한 ‘빅브라더의 통제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대단히 편리하나 동시에 악용할 가능성도 다분한 CCTV가 이제는 수술실로 영역을 확대한다.

물론 수술실에 CCTV를 강제하는 법안이 국회통과를 앞두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의료인에게 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수술을 담당한다고 고지한 의사와 실제 수술을 진행하는 의사가 다른 ‘대리수술’과 의료기업체 직원이나 간호조무사 같은 무자격자가 수술을 진행하는 ‘유령수술’이 아주 많지는 않아도 독버섯처럼 구석에서 자랐고 급기야 ‘권대희 씨 사망사건’ 같은 충격적인 비극이 발생한 것이 해당 법안이 만들어진 이유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환자와 보호자에게 신뢰를 심어주고 ‘대리수술’과 ‘유령수술’ 같은 일탈을 의사사회에서 자정했다면 ‘수술실에 CCTV를 달자’는 주장이 힘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심지어 아직도 의사 대부분은 수술실의 CCTV가 가져올 부작용만 강조한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면 대부분의 의사는 수술을 하지 않을 것이다’, ‘신경외과와 흉부외과처럼 수술에서 감수할 위험이 큰 임상과는 아예 레지던트를 구할 수 없을 것이다’고 주장하며 ‘결과적으로 수술을 받지 못해 죽는 환자가 많아질 것이 틀림없다’고 예언한다. 그러면서 ‘수술실에 CCTV를 달자’는 주장이 나온 배경에 대해서는 반성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니 수술실의 CCTV가 가져올 부작용을 말하며 법안을 반대하는 행동은 자칫 ‘의료진의 협박’으로 들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법안의 통과와 관계없이 ‘수술실에 CCTV를 달자’는 주장이 나온 배경에 주목하여 의료인 스스로 직업윤리를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수술실에 CCTV를 달면 어떤 의사도 수술을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말은 상대에게는 설득이 아니라 위협으로 들릴 뿐이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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