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약값 1억 원! 말기 유방암 환자의 눈물

“전이성 유방암 4기입니다.”

2014년 12월의 어느 날,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딸의 엄마 이현정(가명·44) 씨는 이렇게 청천벽력 같은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마음의 준비 따위를 할 겨를도 없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항상 긍정적인 성격에 건강 검진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출산 외에는 병원 침대에 누워본 적조차 없을 정도로 건강했기에 충격은 더했다.

유방암도 유방암이지만 하필 유방암 중에서도 전이가 잘 되고 재발 확률이 가장 큰 호르몬 양성 전이성 유방암이었다. 그것도 흔히 ‘말기’라 일컫는 4기 판정이었다. 등부터 골반까지 다 전이가 된 상태였다.

엄마는 당장 남편과 이제 9살, 6살인 두 딸 걱정에 눈물이 마르지 않는 날이 없었다. 남편도 남편이지만 한창 엄마의 손길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 생각에 하루에도 수십 번 억장이 무너졌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두 딸을 비롯한 남은 가족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항암 치료를 받아야 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를 유방암 환자로서의 삶을 시작해야 했던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에 이를 악물고 항암 치료에 전념한 덕분일까. 2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난 현재 증상은 더 악화되지 않았다. 게다가 4기 환자에게 효과가 좋다는 새로운 항암제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아픈 엄마를 바라보는 어린 딸들의 얼굴에도 희망의 웃음꽃이 피었다.

화려한 데뷔 ‘입랜스’

화이자제약은 지난해 11월 23일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성분명 팔보시클립)의 국내 출시를 공식화했다.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승인을 받고 나서 약 5개월 만이었다. 입랜스는 이미 지난 201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획기적 치료제로 지정받고 나서 2015년 우선 심사 및 신속 승인으로 미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바 있다.

입랜스는 그동안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던 전이성 유방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경구용 유방암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입랜스는 임상 시험에서 기존 치료제에 비해 유방암 생존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증가시키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나타냈다.

입랜스 임상 연구에 참여했던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석아 교수는 “입랜스는 지난 십 수 년간 치료 방법의 개선이 없던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요법 대비 약 두 배의 무진행 생존 기간 연장을 보인 혁신적인 신약”이라고 말했다.

특히 입랜스의 이 같은 치료 성과는 조기 유방암이 아닌, 폐나 뼈 등 다른 신체 부위에 암세포가 전이된 4기 유방암 환자에서 나타난 결과다. 이현정 씨를 비롯한 많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긴 것이다.

새로운 희망은 곧 눈물로

하지만 이현정 씨와 두 딸의 희망은 곧바로 절망으로 변했다. 너무 높은 약값이 문제였다.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는 입랜스의 약값을 한 알에 21만 원으로 책정했다. 약값만 한 달에 500~550만 원. 6개월에 3000~3300만 원, 1년이면 7000~7600만 원. 여기에 주사까지 같이 맞을 경우 1억 원이 넘는다. 이 씨를 비롯한 대부분의 유방암 환자는 이런 약값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 약이 있어도 돈이 없어서 죽어야 하는 기막힌 상황에 처한 것.

유일한 돌파는 입랜스가 국민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 씨를 비롯한 시민 여럿이 십시일반 모은 국민건강보험 기금으로 입랜스의 약값을 지원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입랜스에 대한 약제 급여 적정성 평가를 진행했다. 입랜스가 급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씨도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입랜스가 급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입랜스에 대해 “임상적 측면의 유용성과 필요성은 인정된다”면서도 “화이자가 제시한 가격이 높아서 항암제의 효과 등 개선 대비 비용 범위를 훨씬 초과해 급여로 인정하기 곤란하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효과는 인정이 되지만, 화이자가 책정한 약값이 너무 비싸서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화이자의 높은 약값 정책 때문에 이 씨와 두 딸 나아가 전체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희망이 눈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들에게 입랜스 급여 실패는 곧 죽음이었다.

이 씨는 “너무 큰 기대를 갖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으면서도 내심 입랜스 급여화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며 “하지만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앞으로의 치료가 막막하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도 너무 실망하고 슬퍼하고 있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 씨에게 다시 희망이 찾아 올 수 있을까?

송영두 기자 songzi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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