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가 겪은 슬픈 일에 사람들은 더 슬퍼한다

다수에게 닥친 사고 통계엔 오히려 둔감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으로 다가오지만 100만 명의 죽음은 통계”라는 스탈린의

일갈이 그럴 듯 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로랑 놀드그렌 박사팀은 ‘더 큰 참사나 비극이 오히려

덜하게 느껴지는 모순’을 세 가지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이들은 먼저 실험 참가자들에게

한 투자상담사가 고객에게 사기행각을 벌인 사건을 들려주었다.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누구누구였다고  말해주면 사람들은 수십 명을 상대로 한 사기행각보다 이 행각이

매우 나쁘고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답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어떤 식품제조 회사가 상한 식품을 팔아 사람들이 식중독을

일으켰다는 이야기가 등장했다. 어떤 그룹에게는 사건의 전체적인 윤곽만 들려주고

나머지 그룹에는 피해자 한사람의 사진, 이름, 직업을 가르쳐줬다. 첫 번째 실험과

마찬가지로 피해자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 그룹이 문제의 식품제조 회사를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연구팀은 사람들에게 자기가 이 회사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고용주를 고발해야

할지 물었다. 희생자 수가 많을수록 고발을 해야 한다는 사람 숫자는 적었다. 피해자의

신원을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될수록 고발해야 한다는 응답이 늘었다.

세 번째 실험은 실제 있었던 사건에 대해 법원은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연구팀이

직접 조사하는 것이었다. 2000년부터 2009년 사이에 일어난 석면, 납 페인트 등 독성

물질 유출 사건 133건을 조사했다. 피해자의 숫자가 많을수록 법원의 배심원들이

내린 형량은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어떤 참사나 사고의 전체 희생에 대한 정보를 건네 들을

때보다 개개인의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접할 때 더 강한 정서적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의 신원이 눈앞에 또렷할수록 보는 사람은 피해를 더 과장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따라서 “유대인 대학살 때 몇 만명이 죽었다는 일반 통계치 보다는 안네 프랑크의

숨어서 쓴 일기 한 쪽에 사람들이 더 공분하는 것”이라고 놀드그렌 박사는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사회심리학과 성격 과학(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에 게재됐으며 미국의 건강 사이트 유레칼러트가 7일 보도했다.

    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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