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산업 길라잡이”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별세

국내에서 신약 개발 바람을 일으킨, 제약업계의 큰 별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2일 새벽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경기 김포의 농가에서 태어나 자수성가의 모범을 보여준 데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바이오·제약 회사의 미래 모델을 제시한, 80년 뜨거운 삶의 막을 내렸다.

임 회장은 1940년 3월 경기 김포 통진읍 가현리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고 통진중·고와 중앙대 약학과를 졸업했다. 1967년 서울 동대문에서 ‘임성기 약국’을 차려 서울 3대 약국으로 불릴 만큼 키우며 돈을 벌었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았다. 1973년 선진국형 제약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위해 ‘임성기 제약’을 설립했고 그 해 상호를 한미약품으로 바뀐 뒤 지금까지 매출 1조원, 시가총액 3조원의 대형 제약회사로 발전시켰다.

고인은 한미약품 설립 초기에 특허가 만료된 복제 의약품의 생산 판매로 성장 기반을 다졌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에 안주하지 않고 ‘제약 산업의 미래’를 위해 신약 개발에 눈을 돌렸다.

임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신약 개발은 내 목숨과도 같다”고 강조하면서 혁신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대부분의 제약회사가 매출의 5~7%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할 때 10% 이상을 투자했고, 최근 10년 동안은 20% 가까이 투자하는 선진국형 제약회사의 모델을 제시했다. 5~6년 적자가 이어질 때 업계에서는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무모한 투자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수군댔지만, 뚝심으로 자신의 철학을 밀고 나갔다.

이 같은 투자 결과 2000년대 초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고혈압 치료 개량신약 아모디핀, 아모잘탄 등을 선보였고 매출 급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2013년에는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로 국내 개량신약 최초로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얻었다. 2015년에는 글로벌 제약회사에 자체 신약개발 물질들을 판매하는 ‘기술 수출’로 기업 가치를 올리는 모델을 제시했다.

임 회장은 회사의 가치가 급상승할 때 일부 임직원들이 주식 정보를 이용한 투자로 물의를 일으켰고, 공시 지연으로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은 것에 대해 가슴 아파하고 사내 투명경영 시스템을 마련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인은 임직원 대상 파격적인 무상 주식증여를 단행, 기업의 새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헌혈의 집, 통진장학재단 설립 등을 주도해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에도 노력해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영숙씨와 아들 종윤·종훈 씨, 딸 주현 씨가 있다. 장남인 종윤 씨는 현재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일찌감치 고인의 후계자로 내정됐다. 인기 언더그라운드 재즈밴드를 이끌기도 했던 임 대표는 현재 그룹 내 신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차남 종훈 씨는 2017년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선임돼 현재 경영기획 부사장직을 맡고 있다. 임 부사장은 그룹 관계사인 한미헬스케어와 벤처캐피탈인 한미벤쳐스 상근 대표로도 근무 중이다. 주현 씨는 현재 한미약품 인재개발 담당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유족은 고인의 뜻에 따라서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밝혔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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