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휘어잡은 내시경 시장, 국산화로 극복할 수 있을까?

[사진=corbac40/gettyimagesbank]
국내 의료용 내시경은 일본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내시경 국산화가 필요한 상황. 당장 일본의 높은 벽을 뛰어넘긴 어렵지만, 지속적인 공론화를 통해 국내 내시경 개발의 초석을 마련하자는 토론의 장이 열렸다.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한국인은 나무젓가락을 사용하는 중국인이나 일본인보다 내시경 스킬이 뛰어나죠.”

대한소화기내시경연구재단 조주영 이사장(차의과대학 교수)은 21일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의료기기 국산화 개발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반 우스개로 한 말이지만, 실제로 국내 의료인들의 내시경 술기는 능숙하다. 여러 아시아 국가에 국내 의료진들이 내시경 술기를 전파하고 있으며,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국제 학술지 발표 실적이 전 세계 5위 안에 들 정도로 회원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사용하는 내시경은 전적으로 일본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소화기내시경은 국내에 가장 많이 보급돼 있는 의료기기 중 하나이고, 내시경 검사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국내 소화기내시경은 전량 올림푸스, 후지논, 펜탁스 등 일본 회사 제품이다. 일본은 전 세계 의료용 내시경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인재근 의원은 “국내는 위암, 대장암 발병률이 높아 내시경 수요가 높음에도 일본 회사에 기대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해외 의존은 또 다른 위기”라고 지적했다.

내시경을 국산화하면 국내 의료기기 산업을 글로벌화하는 전초가 되고, 의료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조주영 이사장은 “국가 암 검진 사업을 시행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위암 검진에도 내시경 검사가 시행되고 있어 내시경을 국산화할 경우 국가적으로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내구성이 약한 내시경의 비싼 수선 충당 비용도 줄일 수 있다”며 “학회, 기업, 정부가 함께 협력해 국산 소화기 내시경의 개발을 지원하고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시경 국산화를 위한 상당한 난관들이 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이범재 교수에 의하면 국산 의료기기의 진단 능력이 우수하다는 가정 하에도 소비자인 ‘의사’ 혹은 ‘병원’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이범재 교수는 “소비자인 의사나 병원은 안전성이 검증된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고, 이 같은 제품에 이미 익숙해 다른 제품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점 등에서 일본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제품보다 저렴한 내시경을 만든다 해도 가격이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기는 힘들다. 특히 대형병원에서 그렇다. 이범재 교수는 “3차 의료기관, 대형병원은 최첨단 진단기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병원 홍보에 중요하며, 가격 요인보다는 제품의 성능과 안전성이 잘 검증된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내시경과 같은 의료기기는 내수시장이 탄탄해야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내시경 국산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의료기기에 대한 한정된 예산과 정책 지원은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에크모나 인공호흡기처럼 국민 건강에 필수적이나 사업화가 어려운 제품, 다빈치 로봇처럼 매출이 발생할 수 있지만 국민 건강에 필수는 아닌 고가의 선택적 장비 등이 있다. 이범재 교수에 의하면 내시경은 암 검진 등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의료기기인 동시에 병원 수익을 올리는 의료기기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연구비 등을 투입하기에 적절한 대상이다.

일본 내시경과 당장 경쟁에 나서기에는 역부족이지만,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내시경 핵심 부품 및 완제품을 만드는 생산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전혀 경쟁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김법민 사업단장은 “코로나 이후 K-방역 등으로 우리 역시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등이 각자의 역할을 밸런스 있게 수행하면 의료기기 국내시장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 등이 의료기기에 관심을 갖고 중소기업 등과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가면 같이 협업해 의료기기 국산화를 위한 체계를 갖추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일본 기업의 장벽은 높다. 하지만 의료기기의 인허가 과정, 소비자인 병원의 높은 허들, 혁신적 의료기기 육성 등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진입장벽을 조금씩 허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들이다.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장재영 교수는 “올림푸스 등 일본기업의 기술력을 지금 당장 따라가기는 어렵다”며 “일본기업을 타도하는 형태는 안 된다. 아직 미약하지만 오늘과 같은 토론회 등을 통해 지금부터 내시경 사업 기반과 노하우 등을 축적해 나가면 삼성이 애플을 따라가듯 내시경 시장에서도 후발주자인 국산 내시경이 일본기업을 쫓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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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댓글
  1. 익명

    희망찬만으로 구체적인 이야기가 아무것도 없다.

  2. 오용주

    내시경의 70%는 올림푸스 제품입니다. 저는 올림푸스에서 내시경 개발을 하다가 2012년 귀국하여 현재는 LG이노텍에서 카메라 모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내시경 국산화의 주체는 최소한 올림푸스에 대항할 수 있는 기업이어야 합니다. 병원은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식약처는 인허가 절차를 설명해주고 도와 주고, 정부 기관은 기업을 중심으로 One team을 만드는데 도와 주신다면, 내시경 국산화는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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