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의 강준상…의대는 왜 ‘1등’을 독주할까?

[사진= JTBC 방송화면 캡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JTBC 금토 드라마 SKY캐슬에서 정형외과 의사 강준상(정준호 역)이 “학력고사 전국 1등까지 했고, 어머니가 의사 되라고 해서 의대 갔다”는 장면이 나온다.

전통적으로 의과대학은 공부 잘하는 수재들이 입학하는 곳이다. 예나 지금이나 입학 커트라인 1등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지금처럼 이과 1등을 ‘독식’하지는 않았다. 이과 수재들이 지망하던 물리학과, 전자공학과 등과 인재들을 나눠서 흡수했다.

특히 물리학과는 서울대 전체 수석입학생을 다수 배출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고교입시가 있던 당시 경기고를 수석 졸업하고 서울대에 전체수석으로 입학(1971년)했다. 예비고사와 본고사에서도 모두 수석을 했다.

서울대 교수를 정년퇴임한 임지순(물리학) 포항공대 석학교수도 1970년 문이과를 합친 서울대 수석 합격자이다. 1978년도 서울대 전체 수석 입학자인 차국린 교수도 물리학을 전공해 모교에서 물리천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자공학과를 지망한 한태숙 KAIST 교수도 예비고사와 본고사에서 모두 수석을 해 서울대에 전체 수석으로 입학했다.

이처럼 이공계와 수재들을 양분하던 의과대학은 IMF 외환위기(1997년)를 계기로 독주 체제를 굳히기 시작한다. 이공계 전공자들이 IMF 위기를 통해 산업화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이공계의 직업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대표적인 이공계 직종인 연구원의 경우 IMF 사태 당시 공공연구기관과 산업체 연구소에서 모두 대규모 구조조정을 경험했다. 교수처럼 63~65세 정년퇴직이 당연시 되던 당시 40~50대 명퇴는 날벼락이었다. 아무런 준비없이 연구소를 나와야 했다.

이은경 전북대 교수(과학학과)는 ‘이공계 기피 논의를 통해 본 한국과학기술자 사회’ 논문에서 “IMF 위기 이전에는 과학기술자들은 사회 보상 측면에서는 미흡하지만 상대적으로 직업안정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그 믿음이 깨진 것”이라고 했다.

이 시기에 의과대학이 독주 채비에 나서고 한의대도 급부상했다. 정년이 없는 직종인 약대, 간호대 등 자격증이 있는 과도 상한가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대 공대와 지방대 의대를 복수 합격한 학생이 지방 의대를 선택하는 사례는 이제 낯설지 않다.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구조조정 효과에 ‘재미’를 본 대기업들은 지금도 이공계 출신에 수시로 명퇴 카드를 내밀고 있다. 의대에 입학할 실력에도 이공계를 선택했던 아버지가 자녀에게는 ‘평생 자격증’이 있는 학과를 권한다고 한다.

지금도 인기 구직자 사이트에는 “연봉이 높다는 모 대기업 연구원에 합격했는데, 사십 중반에 명퇴당할까봐 입사를 주저하고 있다”는 이공계 박사들의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반면에 나이 90이 넘어서도 현역에서 활동중인 의사의 얘기는 전혀 새롭지 않다. 의사 자격증이 있으면 평생 일할 수 있다. 여전히 연봉도 높고 사회적인 명예도 누리고 있다.

의사들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과 의사 김영진(가명) 씨는 “동네병원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의사들도 일터를 찾기가 예전같지 않다”면서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과거처럼 높은 수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지금도  SKY캐슬의 강준상처럼 공부 잘하면 의대에 진학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풍조가 있다. ‘이공계 위기’가 남아 있는 한 의대 독주 체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대도 진료 과만 인기가 있을 뿐 과학발전에 중요한 기초의학을 선택하는 사람은 드물다.  SKY캐슬의 강준상 사례는 이공계 위기, 더 나아가 한국 과학기술의 위기와도 연결되어 있다.

예전처럼 전교 1등 다수가 기초과학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이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사회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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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의 댓글
  1. 울프

    동의함. 백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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