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간암 환자의 눈물 “술? 간염바이러스가 더 위험”

[사진=magicmine/gettyimagesbank]
“술을 한 방울도 못 마시는 제가 간암 환자가 됐네요. 다른 암도 아니고 간암이라니… 정말 믿기 어려웠습니다. 간염이 이렇게 무서운지 미처 몰랐어요.”

간암을 앓고 있는 김미연(56세) 씨는 10년 전 남편을 교통사고로 잃고 홀로 두 자녀를 뒷바라지해왔다. 대학 등록금 마련이 쉽지 않아 밤낮으로 일해야 했다. 몸이 파김치가 돼 귀가하면 그대로 쓰러지기 일쑤였다. 자신의 건강을 돌볼 여유가 거의 없었다.

그런 김 씨에게 간암 진단은 청천벽력이었다. 그는 “아니, 술을 전혀 못 마시는데 왜 간암입니까?”라며 의사에게 항의조로 얘기했다. 그러자 의사는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그떄까지 간암은 술 때문에 걸리는 줄 알았던 것이다.

– 여성의 암 6위인 간암, “자궁암보다 많다”

간암은 갑상선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폐암에 이어 우리나라 여성의 암 6위에 해당한다. 자궁경부암(7위)보다 많다. 간암은 남녀를 합쳐서 1만5757건 발생했는데, 여성 환자는 4025건이었다(2017년 국가암등록통계). 남성이 2.9배이지만, 여성 환자의 숫자도 상당하다. 왜 간암에 걸린 여성이 많을까?

간암 원인 중에 술(알코올)은 9%에 불과하다. 72%가 B형 간염바이러스, 12%가 C형 간염바이러스의 영향 때문이다(2014년 대한간암학회 자료).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간암이 무려 84%를 차지한다. 앞의 김 씨처럼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간암 위험이 높아진다.

– 간암 원인 84%, “간염바이러스를 막아라”

B형 간염 바이러스 만성 보유자는 출생 시 어머니로부터 감염되는 사례가 많다. 이를 잘 관리하지 못하면 간경변증(간경화)을 거쳐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최근 건강정보의 영향으로 B형 간염의 위험성이 알려져 예방접종을 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B형 간염에 비해 환자가 적지만 C형 간염이 더 문제다. 아직 예방 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 병원 등에서 1회용 주사기가 필수인 것도 이 때문이다. 환자의 혈액을 다루는 사람들은 안전 수칙을 꼭 지키고 문신, 침 등에 조심하고 칫솔이나 면도기를 같이 쓰는 것도 피해야 한다.

– 지방간, 비만도 간암 위험요인

지방간은 술과 관계없이 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과 연관되어 생길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지방간염으로 발전하면 간경변증 뿐 아니라 간암도 일으킬 수 있다. 열량 섭취가 지나치면 간에 지방이 계속 쌓여 사이토카인 등 유해 물질이 분비돼 지방간염과 간경변증으로 진행한다.

지방간 환자의 80% 정도가 비만 및 과체중이다. 지방간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체중 감량부터 해야 하는 이유다. 튀긴 음식, 기름기 많은 음식 등은 피하고 채소, 과일이 풍부한 식단이 권장된다. 짧은 시간 내에 체중 감량을 심하게 하면 간에 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 증상 뚜렷해지면 간암이 진행된 경우

간은 병이 생겨도 증상이 없다.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이유다. 간암도 증상이 초기에는 거의 없다가 서서히 나타난다. 증상이 명확해지면 이미 진행된 단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른쪽 윗배의 통증, 복부 팽만감, 체중 감소, 심한 피로감, 소화불량 등이 주요 증상이다. 황달이나 복수가 심해지기도 한다.

간암 환자는 50대가 27.1%로 가장 많고, 60대 26.0%, 70대 23.9%의 순이다. 다른 암보다 생존율이 낮은 편이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크게 향상됐다. 5년 상대생존율이 1990년대 말의 13.2%에서 2015년에는 33.6%로 올랐다. 암이 간을 벗어나지 않은 ‘국한(Localized)’ 상태인 경우 54.6%이지만, 멀리 떨어진 다른 부위에 전이된 ‘원격(Distant)’의 경우 2.8%에 불과하다.

안상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소화기내과)는 “치료를 통해 바이러스 간염을 완치시켜 간 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간암에 걸렸다면 그 병기에 따라서 수술적 치료부터 방사선 치료, 색전술 등 다양한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 약재 사용, 민간요법도 조심해야

아리스톨로크산을 함유한 한약재를 복용한 B형 간염 환자에서 간암 발생이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만 타이베이 의과대학(Taipei Medical University) 공동 연구팀이 B형 간염 환자 80만 명 중 간암이 생긴 3만3982건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에 따르면 아리스톨로크산 복용 경험이 있는 사람은 없는 경우에 비해 간암 발생위험이 커졌을 뿐 아니라 복용량이 늘어날수록 간암 발생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이 연구결과(Herbal medicine containing aristolochic acid and the risk of hepatocellular carcinoma in patients with hepatitis B virus infection)는 지난 4월 ‘국제암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ancer)에 실렸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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