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의 날] 뇌졸중 환자 연간 10만명… ‘재활’만이 살 길

 

# 프로야구계의 명장인 김인식 감독의 별명은 한때 ‘재활의 신’이었다. 한화 감독 시절에 한 물 갔다고 평가된 선수들을 믿고 써서 좋은 결과를 내 얻은 별명이지만, 스스로 힘겨운 재활을 통해 뇌경색을 딛고 야구판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김 감독은 입원 후 두꺼운 끈으로 마비된 오른쪽 부위를 고정시키고, 재활기구를 써서 움직이는 연습을 하루에 6시간씩 빠짐없이 매일 했다.

# 새 박사로 유명한 경희대 윤무부 명예교수도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으로 지난 2006년 쓰러졌다. 윤 교수는 혹독한 재활을 통해 발병한 지 1년 만에 지팡이를 짚고 다시 걷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방송에도 출연해 자신만의 건강 십계명과 재활 노하우를 전파하고 있다. 오른손잡이였던 그는 퇴원 후 재활을 위해 일상에서 왼손잡이 훈련을 했고, 매주 나흘은 경치 좋은 곳을 걸었다.

국내에서 뇌졸중 환자는 해마다 12~15만명씩 발생하고, 이 중 2~3만명이 사망한다. 나머지 생존한 10만명의 환자 중 급성기 치료 후 퇴원하는 4만명을 제외한 6만명에게는 지속적인 회복기 치료가 요구된다. 초기 집중적인 재활과 치료 후 일상에서의 꾸준한 재활로 사회생활에 복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뇌졸중 재활치료는 빨리 시작할수록 빨리 회복된다. 죽은 뇌세포가 되살아나진 않지만, 주위 세포들이 그 기능을 대신해 마비 등의 후유증이 점차 좋아지는 것이다. 뇌졸중 환자에게 빠른 손가락 운동을 시행했을 때 4주 뒤 손가락에 해당하는 뇌 영역이 커지는 것이 확인됐다. 재활의학과 전문의들은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지만, 치료시기를 놓쳤더라도 최대한 빨리 재활치료에 들어가면 기능 회복을 당길 수 있다”고 했다.

재활치료는 마비된 부위의 운동기능과 근력을 회복시켜 앉고 걸을 때까지 신체 기능을 되돌리는 물리치료, 세수하고 옷 입고 목욕하는 등 일상에 필요한 동작을 연습하고 인지기능을 끌어올리는 작업치료, 실어증이나 발음이 안 되는 구음장애 등을 극복하기 위한 언어치료, 우울증 등에 대한 심리치료 등 크게 4가지 종류로 진행된다. 대한재활병원협회에 따르면 중증 질병과 외상 발생 후 초기 6개월 안에 집중적으로 재활치료를 해야만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

급성기 치료에서는 환자가 올바른 침상 자세를 유지하게 한 상태에서 최소 하루 두 차례씩 수동적 관절운동을 실시한다. 삼킴장애 여부를 확인해 폐렴 등이 동반되는 것을 막고, 어깨보조기와 발목보조기를 처방해 마비된 어깨가 빠지는 것을 막고, 발목관절이 구축되는 것을 예방해 향후 보행훈련에 대비한다.

윗옷과 바지를 입고 벗는 훈련과 브래지어 입기, 양말 신기, 신발 신기 등 일상생활을 위한 훈련도 병행한다. 침대에서 구르고, 앉고 눕는 자세 이동, 의자나 침대에서 휠체어로 이동하거나 그 반대로 이동하는 다양한 동작들도 훈련한다. 재활의학과 전문의 평가를 통해 보행훈련이 가능하다고 평가되면 보조기를 이용해 서서 중심을 잡고,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지팡이로 걷는 훈련을 시행한다.

대한뇌졸중학회는 “급성기 치료가 지나면 대부분의 뇌졸중 환자는 반신마비와 반신감각장애, 시야장애, 언어장애, 삼킴장애, 인지장애 등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에 장기적인 치료와 간호가 필요하다”며 “생활 속에서 뇌졸중 재발 방지를 위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에는 재활전문병원이 10여개 불과하고, 낮은 재활수가 때문에 재활병상이 부족해 제대로 된 재활치료를 받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대한재활병원협회에 따르면 가정으로 복귀하는 데 실패한 뇌졸중 환자 1명에게 10년간 소요되는 의료비는 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재활병원협회 우봉식 회장은 “우리나라는 재활의료체계에 대한 법적.제도적 근거가 없어서 급성기 치료 후 환자들이 대학병원을 나오는 순간 여기저기 의료기관을 전전하며 치료에 적응할 만하면 또 다시 병원을 옮기는 고달픈 유랑 생활을 하고 있다”며 “정부도 제대로 된 재활의료 전달체계의 확립을 바라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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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철 기자 mcbae200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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