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연광고도 혐오스럽고 충격적으로

TV 금연광고가 한층 세졌다. 흡연자의 뇌출혈이 적나라하게 표현되고, 뇌졸중 증상도 직접적으로 묘사됐다. 지금까지 금연광고가 간접화법이었다면, 달라진 금연광고는 직접화법이다. 키워드는 ‘혐오’와 ‘불편’이다. 보건복지부가 26일부터 새롭게 선보일 금연광고는 흡연으로 질병이 생기는 과정과 이로 인해 고통 받는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았다. 담배의 폐해를 알리고, 흡연자의 금연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 기존 광고보다 충격의 강도를 크게 높였다.

국내 금연광고는 그 동안 간접흡연의 폐해와 금연구역 확대 등 인식개선과 정책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 각국 정부가 흡연으로 인한 신체 장기의 손상과 고통을 끔찍한 이미지로 묘사하며 금연을 유도하는 것과 다른 행보였다. 복지부는 이러한 세계적 경향과 실제 금연 효과에 주목해 금연광고를 싹 바꾼 것이다.

불편하고 적나라한 금연광고는 흡연률 감소에 매우 효과적이다. 지난 1999년 이후 대대적인 국가 금연 캠페인을 벌인 호주에서는 담뱃값 인상과 함께 불편한 광고를 방영한 뒤 청소년 흡연율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호주 멜버른의 암 행동 연구센터 사라 더킨 박사 등의 연구에 따르면 흡연 피해자의 증언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광고가 금연 시도를 유발하는 데 더욱 효과적이었다.

한국건강증진재단이 발행한 금연이슈리포트를 보면 미국에서는 흡연으로 질병이나 장애가 온 경험자들을 소재로 이들의 삶을 직접 보여주는 금연광고를 통해 160만명이 금연을 시도했고, 이 중 22만명이 3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했다. 우리나라 역시 70%에 육박하던 남성 흡연율이 2002년 폐암으로 숨진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금연광고 후 50%대로 떨어졌다. 2012년을 기준으로 국내 성인남성 흡연율은 41.6%이다.

새로 바뀐 금연광고는 혐오스러움과 동시에 공감의 폭을 넓혔다. 흡연으로 뇌졸중 환자가 된 평범한 40대 가장의 모습을 통해 죽음보다 더한 고통스러운 삶을 강조했다. 대한금연학회 조홍준 회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죽는 것보다 장애가 되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데, 이러한 점에서 흡연으로 인한 뇌졸중은 흡연자에게 매우 위협적인 질환”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청소년과 20대를 대상으로 극장과 SNS에 게임을 소재로 한 금연광고를 따로 방영할 예정이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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