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환자 ‘관리’가 생사 가른다

“관리 잘하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만성질환”

1일은 ‘제 22회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에이즈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꾸준히

관리만 잘하면 평생 무난히 살 수 있는 만성질환쯤으로 여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다만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생과 사를 가른다. 이는 국내 최초로 비슷한 시기에 에이즈

감염이 확인된 환자 2명의 사례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에이즈 감염인 1호로 기록된 환자는 1985년 12월에

보고된 박모씨다. 당시 25세였던 박씨는 해외에서 근무하던 중 동료에게 헌혈을 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에이즈 감염 판정을 받았다. 박씨는 곧바로 귀국한

뒤 적극적으로 치료받아 24년이 지난 현재까지 건강하게 생존해 있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감염이 확인돼 국내 감염 비공식 1호로 알려진 정모씨(여)는

41세였던 지난 2003년 숨졌다.

에이즈 감염인 인권단체인 ‘카노스’의 강석주 대표는 “박씨는 정부가 에이즈

환자를 파악하기 시작한 후 정식 등록된 첫 환자이고 정씨는 병원에서 처음 감염

판정을 받았지만 공식 등록은 박씨 보다 늦은 환자였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에이즈는 허구의 병이고 바이러스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면서 치료를

거부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일부 방송에서는 이러한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해 치료를 잘 받던 환자들이 약 복용을 중단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정씨는 2002년 설사 때문에 탈진 상태로 입원한 데 이어 2003년 5월에도 결핵과

설사 증세가 겹쳐 입원했지만 대증(對症) 치료만 받고 퇴원했다. 결국 그해 7월 중순

결핵균이 온몸으로 퍼져 정식치료를 받기 시작했지만 때는 늦었다. 그는 그해 11월

초 ‘에이즈가 없는 세상’으로 떠났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손현진 연구관은 “에이즈는 3, 4가지 약을 한꺼번에

먹는 ‘칵테일 요법’으로 치료하게 되는데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작은 질병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내 첫 감염인으로 등록된 박씨는 약을 열심히

복용해 현재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다”고 밝혔다.

두 환자의 극명한 대비는 에이즈는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며 에이즈 감염자나 환자의

가장 큰 적은 무지(無知)임을 보여준다.

예전에는 약을 한 번에 수 십 알 복용하는 등 관리 자체가 환자에게 고통이었지만

지금은 신약도 많이 나오고 관리도 간편해 졌다. 에이즈는 현재 완전정복을 앞두고

있으며 치료를 제대로 받은 환자라면 대부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노년에 암, 심혈관질환

등으로 사망한다.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강문원 교수(대한에이즈학회 회장)는 “미국에서는 하루

1회 1알씩 복용하고 한국에서는 환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하루 2회 3알씩 복용한다”며

“1988년 감염돼 20년 넘게 내가 치료해온 한 환자도 현재까지 일반인과 다름없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문원 교수는 에이즈 환자는 주치의와 상의해 약 복용시기를 잘 정하고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에이즈에 감염되면 곧바로 약 복용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시기가 오면 복용하게 되는데 너무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적정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부 환자는 약 복용을 시작하면 다

끝난 것이라고 포기하거나 절망하지만 그 때가 치료의 시작이므로 주치의의 지시에

따라 약을 잘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노스의 강석주 대표는 “이제 에이즈 환자는 에이즈 때문에 죽는 일은 거의

없는 단계까지 왔다”며 “하지만 사회에서는 여전히 편견과 오해가 남아있어 환자들은

병 때문이 아니라 편견 때문에 죽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9월 말 국내 에이즈바이러스(HIV) 감염인은 6680명이며 이중 1183명은 사망하고

5497명은 생존해있다. 성별로는 남성이 91.7%, 여성이 8.3%로 남성이 여성보다 11배

많다. 감염경로는 성접촉이 99%이며 2007년 이후 수혈 및 수직감염 사례는 없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 13개 연구진이 1만27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

적절한 시기에 칵테일 요법으로 치료받은 사람은 3년 안에 말기상태에 이르거나 숨질

확률이 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 절반이

숨졌다.

‘칵테일’에 추가할 수 있는 신개념의 약들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어 관리를 잘

하면 완치에 가까운 효과를 볼 날이 가까워진 것 같다.

 

소수정 기자 crystals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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