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명의는 수술 불필요한 환자도 수술하나요?”

송명근 교수에 “수술 남발” 비판 목소리

2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유언장으로 유명한 건국대병원의

송명근 교수가 꼭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에게 수술을 강하게 권한 사례들이

드러나 “수술을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안전성 논란을 빚고 있는 대동맥 판막 수술법(CARVAR)과 관련해서도

‘수술 남발’에 대한 의혹이 흉부외과학회의 논의 과정에서 구체적 사례와 함께

제기됐다.

건국대병원 내에서는 송 교수가 환자의 치료법을 선택하면서 심장내과를 비롯한

동료 의사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어, 만약 송 교수가 ‘수술 만능주의’에

빠진다면 이를 제어할 수 없어 환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마라톤까지 한 청년, 수술 뒤 사망

심장의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승모판막의 기능이 떨어져 있던 20대 여성

A씨는 지난 11월 송 교수를 찾아 갔다가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심장내과에서는 1년 정도 지켜보다 수술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던 A씨는

다른 대학병원 흉부외과를 찾았다. 그 교수는 “아직 젊어 2~3년 약물 치료를 하면서

상황을 지켜봐도 충분한데 왜 당장 수술해야 하느냐”며 말렸다.

50대 남성 B씨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10여 년 전 심장판막 수술을 받고 한 대학병원에서

관리를 받아오다 ‘명의’ 라는 송 교수를 찾아갔고, “지금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전에 다니던 대학병원의 교수를 다시 찾았더니 “10년이

넘게 관찰을 해 왔는데, 며칠 사이에 갑자기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말렸다.

30대 여성 C씨는 6개월 전 심장초음파와 며칠 전 찍은 심장초음파가 큰 차이가

없어 6개월 후에 다시 심장초음파를 찍기로 했다. 주변에서 “그러지 말고 송명근

교수에게 한 번 가보라”고 계속 권유해 이달 초순 찾아갔다가 “수술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30대 남성 D씨도 승모판막이 다소 좁아져 있었지만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다.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아온 그 역시 송 교수를 찾아갔다가 “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송 교수의 말을 순순히 따랐다가 숨진 사례도 있다.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20대

남성 E씨는 10여 년 전 판막 교체 수술을 받았다. 그 뒤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해

출퇴근도 자전거로 할 정도였다. 꾸준하게 다니던 병원이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8월 중순 송명근 교수를 찾았고 MRI를 찍었다.

8월 31일에는 무더위 속에서 10km 단축 마라톤을 완주까지 하고 다음 날 MRI 결과를

상담하러 송 교수를 찾았다가 “역류가 심해 수술이 필요하다”는 얘길 들었다. 송

교수는 “새 수술법이 나와 한번만 더 수술 받으면 더 이상 수술이 필요 없고, 기존에

있던 것을 빼고 새로운 것으로 바꾼다”고 설명했다고 E씨의 가족들은 전했다.

간단할 것이라던 수술은 15시간이나 걸렸으며, 송 교수는 가족에게 “수술은 잘

됐지만 전에 한 수술이 엉터리여서 회복에 시간이 좀 걸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그의 상태는 점점 악화됐고 20일 정도 혼수 상태에 빠졌다가 수술 40일만인 10월14일

숨을 거뒀다.

수술을 받지 않은 A, B, C, D씨와 숨진 E씨의 차이는 ‘다른 의견(second opinion)’을

들었는지 여부에서 발생했다. A, B, C, D씨는 다른 의사를 찾아가 한번 더 상담했지만

E씨는 송 교수가 “수술을 안 받으면 심각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번에 하면)

다시는 수술을 안 받아도 된다”고 강력하게 수술을 종용하자 그 말을 전적으로 믿고

수술대에 올랐다.

흉부외과학회 논의 과정에서 문제 제기

최근 의학계에서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CARVAR 수술에서도 당장 수술하지 않아도

될 환자에게 수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학계 논의 과정에서

나왔다.

대한흉부외과학회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뢰를 받아 CARVAR 수술의 안전성에

대해 의견을 다시 모으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한 대학병원 교수가 이 문제를 제기한

것.

송 교수는 11월 6일 흉부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최근 대동맥판막질환에서의

CARVAR 수술성적’을 발표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2007년 10월~2008년 10월 114명에게

CARVAR 수술을 했다. 이 중 다른 의사들이었으면 수술을 하지 않았을 환자에게 수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심장 판막 질환은 역류 정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누는데 1, 2급은 약물로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지켜볼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송 교수가 발표한 수술성적

자료에는 역류가 경미한 단계인 1급을 받은 환자 4명이 수술 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이와 관련,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심내막염이란 합병증이 있던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은 ‘역류 1급’ 이외에 다른 진단명이 없어 꼭 수술이 필요했는지 송

교수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장병 분야에서는 환자에게 긴급 수술이 필요하면 바로 흉부외과가 나서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심장내과가 약물치료나 시술로 환자의 상태를 개선시킨다. 내과적

치료와 외과 수술 모두 장단점이 있으며 이 때문에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의사의 긴밀한

협력과 견제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대학병원이 심혈관센터, 심장혈관병원 등의 이름으로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협진 체제를 운영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결정이 내려지도록

한다.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사이에는 대개 미묘한 갈등이 존재하고 이는 종종 의학드라마의

소재가 된다.

그러나 의사가 자기만의 시각이나 치료법을 고집하면 환자에게는 치명적 결과를

안기기도 한다. 특히 심장 수술은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십상이어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같은 병원에서도 “송 교수에게 환자 안 보낸다”

건국대병원에는 심장혈관센터가 있지만 지난해 10월 송 교수가 부임하면서 ‘송명근

심혈관 외과클리닉’을 새로 만들었다. 국내 최초로 의사 이름을 따 만든 독립 클리닉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심장 ‘수술’을 전문으로 한다.

건국대병원 심장내과의 한 교수는 “우리는 송명근클리닉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전혀 모른다”며 “송명근클리닉과 내과의 협진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심장내과는 송명근클리닉에서 검사를 의뢰하면 검사 소견서만 작성해줄 뿐이라고

했다.

송 교수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수술을 권하지만, 특히 대동맥 판막 환자가 오면

자신이 개발한 CARVAR 수술만 권하고 있으며 이때 심장 내과와 흉부외과의 협력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병원 심장내과의 또 다른 교수는 “심장내과에 온 환자 중 대동맥 판막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송 교수가 아닌 흉부외과의 다른 교수에게 수술을 의뢰한다”며

“그 교수는 송 교수가 개발한 CARVAR 수술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병원의 한 심장내과 교수는 “수술하지 않고도 환자를 살릴 수 있다면

수술을 안 하는 게 원칙”이라며 “특히 새로운 수술법일 경우 수술 필요성에 대한

결정은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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