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스타’ 송명근, 절차 무시하고 임상시험?

논문과 달리 나중에 IRB-임상허가 받아

‘흉부외과 스타의사’ 건국대병원 송명근 교수가 자신이 개발한 CARVAR(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 성형) 수술을 임의로 진행하고 난 뒤 논문에서는 법적, 윤리적

절차를 따른 것처럼 표현했다는 의혹이 동료 의학자들에 의해 제기됐다.

송 교수는 지난해 말 자녀 2명의 결혼비용을 제외한 모든 재산을 사후 사회에

기증하겠다는 유언장을 공개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으로 떠오른 의사. 그가

개발한 CARVAR 수술법의 안전성에 대해 학계에서 문제가 제기됐고, 유언장의 순수성

여부도 도마에 오른 상태다.

송 교수는 유럽흉부외과학회지 2006년 4월호에 발표한 ‘대동맥 판막성형술의

새 테크닉(Novel technique of aortic valvuloplasty)’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수술이

서울아산병원 기관윤리위원회(IRB)의 심사를 거쳤고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의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논문은 송 교수의 CARVAR와 관련한 유일한 국제논문이다.

그러나 코메디닷컴의 확인 결과 송 교수는 임상시험 중간에 서울아산병원의 IRB

심사를, 임상시험 막바지에 식약청의 임상시험 허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송

교수가 법적, 윤리적 절차에 따라 임상시험을 진행한 것처럼 논문을 작성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식약청 허가 전 수술?

송 교수는 논문에서 새 수술법을 환자에게 적용한 시기와 대상을 ‘1997년 12월~2004년

12월 69명’이라고 밝힌 뒤 “이 수술법에 사용하는 특수 원형 고리 등은 한국의

사이언씨티(ScienCity)가 생산하며 관련 제품에 대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의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식약청 의료기기허가심사팀 관계자는 이 수술기구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는 ‘임상계획 승인’은 2004년 11월, 수술기구의 판매승인은 2006년 11월에

이뤄졌다고 최근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04년 11월에 임상계획 승인을 내줬다는 것은 이전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이 수술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조사는 임상계획 승인을 받은 뒤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결과를 식약청에

제출해 품목 허가 발급에 대해 심사를 받게 돼 있다”며 “CARVAR 기구에 대해서는

이런 과정을 거쳐 2006년 11월 품목 허가와 판매 승인이 나갔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유사한 내용의 한글 논문을 ‘대한순환기학회지’ 2006년 2월호에 게재했으며,

여기에서도 1997년 12월~2005년 4월 75명에게 수술을 시행했으며 “판막륜을 줄이는

데 사용한 띠, 동관연결부를 줄이는 데 사용한 링, 그리고 판막엽 첨가술에 쓰이는

형판은 사이언씨티에서 제작하여 한국 식약청의 승인을 받았다”고 명기했다.

송 교수는 사이언씨티의 대주주다.

S대학병원 A교수는 “식약청에서 CARVAR 수술 기구에 대해 품목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송 교수와 사이언씨티는 유럽흉부외과학회지의 논문을 ‘해외에서의 성과’ 증빙

자료로서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IRB 통과하고 임상시험?

송 교수는 또 유럽흉부외과학회지 논문에서 ‘임상시험에 대한 서울아산병원의

윤리위원회(IRB)를 통과했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동의서를 받은 뒤 수술을 했다’고

명시했다.

IRB는 연구자가 진행하려고 하는 임상시험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심사하고

감독하는 연구기관의 내부 기구다. IRB 심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연구를 윤리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시 임상시험이 진행됐던 서울아산병원의 B교수는 “2002~2003년

경에 IRB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안다”며 ”만약 논문에 밝힌 대로 1997년부터 CARVAR

또는 그와 유사한 수술을 시작했다면 이는 임상시험 윤리 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S대학병원의 C교수는 “국내 병원에서 IRB가 중시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이기 때문에 이전에 실시한 임상시험에 대해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그러나 송 교수가 논문에서 IRB 통과를 언급한 것은 진실성에 의심을

받을 구실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B교수는 “학계에서 송 교수가 CARVAR 수술 데이터를 가감 없이 공개하고 있는지를

의심하는 의학자들이 적지 않다”며 “논문에서 기본적인 사실조차 왜곡하면 다른

데이터의 진실성 역시 신뢰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C교수는 “송 교수는 임상시험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지 않은 채 자신의 판단에

따라 좋은 수술법을 빨리 환자에게 적용하고자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메디닷컴은 건국대병원 홍보팀에 송명근 교수의 IRB 승인과 관련된 답변을 지난달

28일 오후에 이메일과 전화로 요청했지만 1일 오전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수술 부작용 보고의 문제

식약청 관계자는 “의료기기에 대한 승인이 끝났어도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면

식약청에 이를 보고할 의무가 있다”며 “그러나 사이언씨티는 부작용에 대해 한

번도 보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부작용 보고 의무는 사람이 대상인 수술인 만큼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다.

제조사가 이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이 수술법이 전문가 사이에서 논란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제조사가 직접 부작용에 대해 보고하지 않더라도 이 수술법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들이 나오면 식약청은 수술법과 기구에 대한 승인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훈 기자 kwkang@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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