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얼굴 상처는 여심을 사로잡는다

남성다움의 상징으로 “짧은 연애 하고파”

현재 한국 대중문화는 ‘옴므 파탈(Homme Fatale, 위험한 남자를 뜻하는 프랑스어)’

이 대세다. 19세기 프랑스 문학에서 비롯된 ‘나쁜 남자 신드롬’은 21세기 한국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김명민 분)가, 영화에서는 얼마 전

막을 내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뺨에 푹 패인 상처를 가진 나쁜 놈

창이(이병헌 분)가 대표적 케이스다.

과거의 정신적 상처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뜻의 ‘트라우마(trauma)’를

성격적으로 드러내는 남성이 여성에 매력적일 뿐 아니라, 실제로 얼굴에 이러한 상처를

가진 남성이 더욱 매력적으로 여겨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리버풀대학과 스털링대학 연구팀은 얼굴에 상처가 없는 남녀의 사진, 또는

상처 자국이 있는 남녀 사진을 220명의 남녀에게 보여줬다. 그 결과,

여자들은 얼굴에 상처 자국이 있는 남자를 단기 연애에 좋은 매력적인 상대로 평가했다.

반면 얼굴에 상처가 있는 여자의 사진은 남자들의 선호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남자 얼굴의 상처 자국 중에서도 특히 여성을 자극하는 것은 폭력에 연루된 듯한

상처였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폭력과 연루된 듯한 상처가 매력적으로 비치는 것은

그 남성이 위험을 무릅쓰는 성격으로 평균 이상의 남성다움을 지녀 여성을 잘 보호할

수 있으며, 고된 과거를 극복한 증표가 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여성들은 얼굴에 상처 자국이 남은 남성을 단기간의 연애 상대로는 매력적이라고

느꼈지만, 장기적인 애정의 대상으로 여기는 비율은 떨어졌다. 연애 기간 중엔 ‘나쁜

남자’가 매력 있지만, 결혼 뒤에도 위험을 무릅쓰면 곤란하다는 본능적

인식 때문일 것으로 연구 팀은 해석했다.

반대로 수두, 여드름 등 병으로 인한 상처 자국은 면역성이 약한 것으로 인식돼

남성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얼굴의 상처는 통상 성적 매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인식돼 왔으며, 얼굴 상처의

성적 매력에 대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앙대 용산병원 정신과 한덕현 교수는 “여성의 본능에는 강한 존재에 기대려는

의존심과 약한 존재를 보살피려는 모성애가 동시에 존재한다”며 “트라우마가 있는

남자에게 끌리는 이유는 여성에게 잠재되었던 의존성과, 동시에 상처나 트라우마를

지닌 남자에 대해 모성애가 발현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경희의료원 신경정신과 백종우 교수는 “트라우마를 경험한 남자와 함께하면 미래에

발생할 위기를 더 잘 극복하리라는 신뢰감을 여성들이 갖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백 교수는, “트라우마를 긍정적으로 극복한 사람들은 인생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성숙한 인격으로 주변에 애정을 갖는 ‘외상 후 성장’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면이 매력적인 인간으로 비춰지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성격과 개인차(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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